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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116

어른 놀이

며칠 전에 딸아이가 시댁에 다녀오다가 집에 들렀다 "시댁 어른들 안녕하시냐?' 딸애가 소파에서 텔레비전을 보다가 머뭇거리며 사위를 쳐다본다 바깥사돈이 작년에 위암 수술을 하셨기에 그동안 건강이 더 안 좋아졌나? 생각이 스친다 "아버지가 갑자기 집을 팔고 시골로 이사 가신다고 해서 집안이 어수선합니다, 가신다는 곳은 금산 쪽인데 첩첩산중이고 땅 모양이 삼각형이라 집을 짓기에도 적당하지 않고, 더군다나 옆에 축사가 있어서 환경도 안 좋아 가족들이 반대하는데 아버님만 고집을 부리고 계십니다" 사위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심각하게 말을 한다 "시내에서 너무 떨어져 있어서 어머님도 시장가기가 너무 멀다고 반대하셔요" 딸에 까지 거든다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실선은 아니지만 점선으로 그림이 그려진다 "시아버님 로..

수필 2023.12.30

모든것이 내책임 이다!!!!

우리 속담에 잘되면 내 탓 안되면 조상 탓, 사촌이 땅 사면 배 아프다 등 사람들의 부정적인 면을 묘사하는 속담이 많이 있다. 남의 탓하는 것은 자신의 잘못된 행위를 합리화 또는 정당화시킬 수 있는 속성이 있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잘되고 잘못되고는 순전히 내 탓이다. 좋은 사람한테 많은 도움을 받아서 어떤 일을 성사시켰서도 내 탓이고, 내가 사기꾼을 만나서 사기를 당해도 그것도 내 탓이다 결혼 생활도 마찬가지다. 사람들은 장가를 잘 갔다느니 시집을 잘 갔다느니 하는 말들을 아무런 생각 없이 쓰고 있다 남의 결혼에 曰可曰否 할 것이 아니라 본인들의 결혼생활을 잘하고 있는지 잘못하고 있는지 고민을 하면서 살아야 한다 나한테 많은 사람 들이 장가를 잘 갔다고 한다. 물론 기분이 좋은 말이다. 기왕이면 못 갔..

수필 2023.12.24

극장구경

새벽 운동을 마치고 잠시 쉬고 있는데 카톡이 들어 온다 딸 초롱이 톡이다 "아빠 미셧인파써블 보셔야죠?, 인디아도 존스도 해요" (나와 처는 이 씨리즈를 좋아한다, 그이유는 말도 안되는 상황을 말이 되는것 처럼 그리고 그냥 아무생각 없이 보면 되기 때문이다) "응, 예약혀" 인디아나 존스는 오늘 오후에 하고요, 미션 인파써블은 내일 개봉해요" "톰크루즈는 토요일 오후로 혀" "인디아니 존스는 오늘 괞찬을것 같아요" "저녁거로 인디아나 죠스" "네 오늘 저녁 7시 40분 이에요" 조금 시간이 흐르니 "예매가 완료 되었습니다"라고 카톡이 온다 "미셧인파써블은 토요일 오후 2시로 예약 하겠습니다" "콜 고맙다 잘 보고 올게" 영화관에서 팝콘은 필요충분조건 아닌가? (영화관람료가 저렴하다, 일반 6,000원, ..

수필 2023.12.23

장가든날

1982년 12월 19일 40여 년 전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되는 일도 없고 하는 일도 없이 하염없이 시간만 보내고 있을 때였다 송방리 논에 노지 딸기를 심어 놓고 재배하는 친구 원두막에서 노닥 거리고 있는데 읍내에서 송방리로 쭉 뻗는 신작로로 여자가 바바리코트를 입고 걸어가고 있다 고즈넉하게 걸어가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송방리에 살고 있는 친구에게 저 여자 누구냐 물어보았더니 동창이란다. 국민학교 여자동창 난 이름도 잘 모르는... 몇 년이 지나갔다 군대도 제대했다 우연히 누가 갖다 준 공무원 시험 안내장 덕분에 생각하지도 않던 교육행정직 공무원으로 교육청에 근무를 하고 있었다 동내 친구 녀석 누나가 시집을 간다고 하길래 잔치집에 갔더니 그 친구 놈이 여자 동창들과 합석을 하란다 우리 동내에도 여자 동..

수필 2023.12.19

뭐라 해도 오물은 피하고 봐야 한다

친구의 회사 상사가 내가 보기엔 좀 정신이 나간것 같은데, 사람에 따라 한파와 폭염 사이의 온도차를 보이며 계약직 직원의 인사는 잘 받지도 않고, "계약직 주제에!" 같은 개소리도 서슴치 않는다고 한다. 진상과 꼰대의 혼종이랄까? 이정도의 강적이야 흔치는 않겠지만, 살다보면 막말 머신과 마주해야 할때가 있다 우리는 어떠게 해야 이런 이들에게서 우리의 마음을 지킬수 있을까. 가장 좋은 방법은 처음부터 거리를 두는 일이다. 오물은 더러워서 피하듯 무서워서 피하듯 일단 피하는게 최선이고 마음에 상처가 나서 치료 하는 것보다는 상처가 나지 않게 예방하는 게 더 좋다 내 경우에는 상대에 따라서 표정이 바뀌는 사람들, 사람들 앞에서 외모나 개인의 신상에 대해 함부로 말하는 사람들 목적이 있는 경우에만 세상 다정해지..

수필 2023.12.18

산다는 것

하고 싶은 일이나 할수 있는 것을 할수 없어도 잘 살수 있다 사람이 살아 가는 중에 문제가 생겨도 대부분 끝이 있었지만, 인생을 살아 보니 되돌릴수 없는 것도 있다는걸 알게 된다 젊은 시절 아무것도 안하고 어슬렁 거리는 나에게 아버지는 자신도 젊은시절, 우울한 마음에 아무것도 하지 않고 지낸적이 있었다고 했다 그런데 어느날 거울을 보니 그런 자신이 더 못나 보였고, 이대론 안된겠다 싶은 마음에 아침에 일찍 일어나고 세수도 팍팍 열심히 하며 부지런히 살았다고 했다 나는 이 특별할 것 없는 딱히 해피엔딩도 아니었던 이야기가 종종 머릿속에 떠오른다 "아무 것도 하지 않으면 더 못나진다"는 아버지의 말을 떠올리며 나 역시 더 못나지지 않기 위하여, 다시 살아갈 힘을 냈다 돌이켜 보면 삶이 너무 피곤 했다. 러닝..

수필 2023.12.13

둔감함이란 위로

예전에 일때문에 조금 먼 거리에 택시를 타고 갈 일이 있었다. 가는동안 기사님과 대화를 하게 되었는데, 자신은 다른 사람의 기분을 섬세하게 배려 하지만 주변사람들은 그렇지 않다며 서운함을 토로 하셨다. 궁금해서 구체적인 일화를 물어 봤더니 자신이 우울증에 걸려 힘들어 하고 있을때 친구가 전화 해서 "요즘 왜이렇게 연락이 안돼?"라고 묻는 말에 실망해서 절교를 하게 됐다고 했다. 자신을 탓하는것 같기도 하고 배려가 없었다고. 여기까지 듣자 이해가 잘안되어서 좀 혼미해 졌는데 남을 섬세 하게 배려 한다는 기사님의 마지막 반전은 길을 돌아가서 택시비가 만원이 더 나온 거였다 평범한 안부 인사가 우울증에 걸린 이에게 비난으로 들릴수 있는 것처럼 상처가 꼭 누군가의 악으로 만들어 지는 것 아니다 취업을 준비하는 ..

수필 2023.12.10

적어도 쓰리아웃 하고 체인지 !

요즘은 관계정리에 대한 이야기가 많다 가장 손쉬운 해결책이기도 하고 속 시원한 방법이다 보니, 많은 사람들이 관계정리를 원하는 듯하다. 그런데 이따금 관계정리로 상처를 받는 사람뿐만 아니라 관계정리를 후회하는 사람들을 만날때도 있다 잘 맞지 않는 관계를 계속정리 하고 잘라내다 보니 지금은 만날 사람이 없어져서 외롭고 , 남아 있는 관계에서 문제가 생길땐 그야말로 맨붕이라는 거다 나 역시 과거에는 인간관계에 문제가 생기면 그 관계만 골라내면 된다고 여겼다 그런데 지나고 보니 관계는 서로 연결되어 쌓여 있는 젠가와 같아서 한 관계를 정리하면 다른 관계에도 영항을 마치고 결국 관계전체가 무너지도 했다. 물론 정말 안 맞는 사람, 만날수록 힘든 사람. 내감정을 이야기 해도 들 무시하는 사람이라면 관계정리가 답이..

수필 2023.12.05

호인과 호구의 차이

일일드라마의 흔한 레퍼토리는 착하고 씩씩한 호감형 여 주인공과 탑욕스럽고 뻔뻔하며 거짓말 만랩 악녀의 대결이다 악녀는 온갖 거짓말과 패악질로 진상을 부리는데 그러게 수모를 당하는 주인공은 또 다시 악녀을 용서하며 기회를 주곤한다. 과연 재벌3세를 만날리 없고, 잃어버렸던 부잣집 친부모도 없는 현실의 캔디도 잘 살수 있을까? 와튼스쿨 조직심리학 교수인 애덤 그랜트의 라는 책에서는 호혜의 원칙에 대한 설명이 나온다 사람마다 상대에게 주거나 받으려는 양에서 차이가 있는데 애덤 그랜트는 주는 것보다 더 많이 받으려는 테이커(taker) 받은 만큼만 주고, 주는 만큼만 받는 매처(matcher) 다른 사람의 이익을 생각하고 조건 없이 먼저 베푸는 기버(giver)로 성향을 구분했다. 연구에 따르면 성공 사다리의 ..

수필 2023.11.29

가시나무새

날도 덥고 후덥지근 할때는 선풍기 틀어놓고 ,한국인이 좋아 하는 올드팝 들으면서 책이나 보는 것이 , 백수의 최상의 일과다 며칠동안 콜린 맥콜로우가 지은 장편 소설 가시나무새(The Thorn Birds,조성모의 노래 제목이 아니다)란 책을 읽어 봤다. 재밋었다. 지루 하지 않았다.뭐가 남아 있는것 같다 특히 마지막 장의 글이 여운을 남겨 옮겨 적어 본다 "드로게다의 시대도 끝날 때가 되었다. 그렇다. 이제 새로운 사람들로 하여금 그 순환을 다시 시작하도록 내버려 두자. 나는 그 일을 나 스스로에게 행했다. 그리고 이제 그 어느 한순간에 대해서도 후회할 순 없다. 가시에 가슴이 찔린새, 그새는 불변의 법칙을 따르고, 무엇을 위해 자신의 피를 흘리는지 모르면서 노래를 부르며 죽어 간다. 그러나 우리들은 가..

수필 2023.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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