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8x90

퍼온글 11

장미

잠이 깨면 바라다보려고 장미 일곱 송이를 샀다 거리에 나오니 사람들이 내 꽃을 보고 간다 여학생들도 내 꽃을 보고 간다 전차를 기다리고 섰다가 Y를 만났다 언제나 그는 나를 보면 웃더니 오늘은 웃지를 않는다 부인이 달포째 앓는데 약지으러 갈 돈도 떨어졌다고 한다 나에게도 가진 돈이 없었다 머뭇거리다가 부인께 갖다 드리라고 장미 두 송이를 주었다 Y와 헤어져서 동대문행 전차를 탓다. 팔에 안긴 아기가 자나 하고 들여다보는 엄마와 같이 종이에 싸인 장미를 가만히 들여다보았다 문득 C의 화병에 시든 꽃이 그냥 꽂혀 있던 것이 생각났다 그때는 전차가 벌써 종로를 지났으나 그 화병을 그냥 내버려 두고 갈 수는 없을 것 같았다 나는 전차에서 내려 사직동에 있는 C의 하숙을 찾아갔다. C는 아직 들어오질 않았다. 나..

퍼온글 2024.02.15

고독은 각자의 몫

나는 인생은 어차피 혼자야 하는 말을 싫어 한다. 너무 냉소적이고 방어적인 표현이라 그렇다. 그래서 인생은 어차피 혼자야 하는 말에 논리적으로 반박할수 있는 근거를 찾아내고 싶었다 꼭 그런것만은 아니라고 혼자가 아닐 수 있다고 말이다. 하지만 그런 나조차 인정할수 밖에 없는 건, 누구나 어느 순간에 혼자가 된다는 사실이었다 옆에 누군가 있건 없건 잠자리에 눕는 순간 길을 걷는 순간 밥을 먹는 순간 우리는 언제나 혼자인 순간과 마주하고 고독감과 외로움을 느낀다 이 마음의 싱크홀은 동호회 열다섯 개에 가입해도, 애인 일곱명을 동시에 만나도 채워지지 않는데 그 이유는 관계가 쓸모없어서가 아니라 우리에겐 혼자의 영역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관계로는 때워지지 않는 근원적인 고독이 있는것이다 혼자의 영역을 받아들이지 ..

퍼온글 2024.02.12

잠자는 시간을 줄이자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은 그렇게 많지 않다 시간의 잔고는 아무도 모른다. 쇠털 같이 많은 날 어쩌고 하는 것은 귀중한 시간에 대한 모독 이요 망언 이다 시간은 오는것이 아니라 가는것... 한 번 지나가면 다시 되돌릴 수 없다 잠자는 시간은 휴식 이요 망각 이지만 그 한도를 넘으면 죽어 있는 시간이다 사람은 누구 에게나 긴잠의 시간이 주어질 때가 온다 살만큼 살다가 숨이 멎으면... 검은 의식을 치르면서 고이 잠드소서 라는 말을 듣는다 잠은 그때 가서 실컷 잘 수 있으니... 깨어 있는 시간을 많이 가져야 한다 깨어 있는 시간을 많이 갖는 것은 그의 인생이 그만큼 ... 많은 삶을 누릴 수 있다 자다가 깨면 다시 잠들려고 하지 말라 깨어 있는 그 상태 를 즐기라 보다 값있는 시간으로 ..

퍼온글 2024.02.06

돈 버는 건 치사하고 더러운 일이 아니다

종종 직장생활에 대한 고민을 들을 때가 있다 갑질하는 고객, 무책임한 상사, 양심 없는 오너. 개인적인 사정을 모르니 그만두라고 말할 수도 없고 뾰족한 수가 없어서 "돈 버는게 원래 더럽고 치사하다"는 말을 내뱉으려다 문득 "정말 그런가?" 싶은 의문이 생겼다 힘들고 어려울 거야 그렇다 치지만 왜 더럽고 치사하기 까지 한 걸까? 이 체념 섞인 위로는 가해자가 정한 사회의 정의 아니었을까? 나도 견뎠으니 너도 한다고, 세상이 원래 그런 거라고. 돈 버는 것은 원래 치사하고 더러운 일이니 돈을 벌기 위해서 응당 무례와 괴로움을 느껴야 한다고 말이다 그래서 갑질은 늘 당당했다. 유명세에는 얼굴 없는 이들의 비난과 악플이 포함되어 있다고, 월급에는 비인간적인 대우를 견디는 비용이 포함되어 있다고. "이 정도 모..

퍼온글 2024.01.27

눈물의 지우개

눈물의 지우개 지우개가 있단다. 연필로쓴 사랑을 지울수 있는 지우개도 있고 기억하고 싶지 않은 순간을 쓰윽쓱 문질러 지울 수 있는 지우개도 있지. 눈물도 가끔은 지우고 싶을때도 있단다 그래서 지우개를 들고 문질러 보지만 눈물은 지우개로 지울수가 없는 거란다. 가슴에서 방울방을 멍울지는 눈물은 지우개로 지우기 못하지 지우개로 지우면 번지개 되거든 눈물은 마음에서 내리는 빗물인 것이라 반짝이는 햇살이 아니면 지워지지 않아. 눈물을 지우려면 애써 웃어야 해 하하 소리내어 웃기 버거우면 일술을 살짝 비틀며 억지웃음아도 웃어야 한단다. 억지로 웃은 웃음이 무슨 웃음이냐고? 아니란다 억지로 웃는 웃음도 분명 웃음 맞는 거란다 억지로 웃다 보면. 마음도 따라 웃게 되는 거란다 웃음은 햇살 같은 거란다. 웃다 보면 마..

퍼온글 2024.01.11

비원

비 오는 날 오월 어느 날 비원에 갔었다 아침부터 비가 오고 주말도 아니어서 사람이 없었다 비원은 서울 한복판에 있으면서 숲이 울창하여 숲 속 같은 데가 있다 빗방울이 얌전히 떨어지는 반도지 위에 작고 둥근 무늬가 쉴 새 없이 퍼지고 있었다. 그 푸른 물위에 모네의 그림 수련에서 보는 거와 같은 꽃과 연잎이 평화롭게 떠 있었다. 꾀꼬리 소리가 들린다. 경괘한 울음이 연달아 들려온다. 꾀꼬리 소리는 나를 어린 시절로 데려간다 서울 출신인 내기 꾀꼬리 소리를 처음 들은 것은 충청도 광시라는 시골에서였다. 내가 서울로 돌아오던 날 아침 그 아이는 신작로까지 나와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때 꾀꼬리가 울었다. 그 아이는 나에게 작은 신문지 봉투를 주었다. 그 봉지 속에는 물기 있는 앵두가 가들 들어 있었다. 돈..

퍼온글 2024.01.07

아내의 호칭

아내의 호칭(이규태) 월북해서 벼슬을 한 "박남운" 이란 경제 학자가 있다. 일제 때 유물 사관에 입각해 "조선경제사"를 저술 했는데 그 가운데서 아내의 호칭으로 "아내","계집", " 마누라"를 들고 그 뿌리에 대해 나름대로의 해석을 하고 있다. 아내는 집안에 갇혀사는 안팎 개념에서 비롯됫 남자에 의한 여성압박시대의 산물이라 풀이하고 계집. 시집은.기집. 아들딸 낳은 씨집 - 곧 콩깍지처럼 씨를 품는 깍지란 뜻에서 비롯되었다고 했으며 마누라는 마주 바라보고 눕는다 하여 마누라라는 말이 생겼다 한다. 이모두 유물사관에 牽强附會한 해석임을 부인 할수가 없다 우리 한국말 원류라는 퉁구스계 말이나 터키계통 말들에서 어머니. 아내..아내. 언니 같은 모계의 호칭은 아나. 아네. 에네. 에니, 어니. 엉이를.아네..

퍼온글 2023.12.31

여성의미(피천득)

나의 여인의 눈은 태양과 같지 않다. 산호는 그녀의 입술보다 붉다 이것은 세익스피어의 정직한 말이다. 하기야 뺨이 눈 같이 희다고 그리 아름다운 것도 아니요 장미 같다고 아름 다운 것도 아니다 애인의 입술이 산호같이 붉기만 하여도 그리 좋은 것이 없고, 그의 눈이 태양같이 눈부시게 비친다면 큰일이다 여성들이 얼굴을 위하여 바치는 돈과 시간과 정성은 민망할 정도로 막대하다. 칠하고 바르고 문지르고 매일 화장을 한다. 하기야 돋보이겠다는 이 수단은 죄없는 허위다. 그런데 사실은 그럴 필요가 없다. 젊은 얼굴이라면 순색 그대로가 좋다. 찬물로 세수를 한 젊은 얼굴보다 더 아름다운 것이 어디 또 있겠는 가? 늙은 얼굴이라면 남편이 화장품 회사 사장이라도 어여뻐질수는 없는 것이다 인형 같이 예쁜다는 말은 사람이 ..

퍼온글 2023.12.26

가든파티 (피천득)

자동차가 물결같이 들어가는 영국대사관 골목으로 덕수궁담장을 끼고 들어 가려니까, " 여보 어디 가오?" 하고 순경이 검문을 한다. 그는 내 대답에 한번 다시 흩어보고는 통과시켜 주었다. 나는 그날을 위하여 오래간만에 양복을 다려 입었고 이발까지 하였었다. 그날 영국대사관에서는 엘리자베스 여왕 생일 축하 가든파티가 있었다. 윈저 왕실 문장이 금박으로 박혀 있는 초청장을 일주일 전에 받고 나는 뻑 기뻐하였다 집사람을 데리고 갈까도 하여 보았다. 초대장에슨 미스터피 앤드 미시즈피"라고 쓰여 있었다 나는 모파상의 소설 목걸이의 남편을 연상하였다. 목걸이의 남편인 문교부 하급 공무원은 은행에 맡겨 두었던 예금이 있었다. 나는 그런 예금이 없지만 좀 무리를 하면 갑사옷 한번쯤 못해줄 바도 아니었다 그러나 사교성 없..

퍼온글 2023.12.21
728x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