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일때문에 조금 먼 거리에 택시를 타고 갈 일이 있었다.
가는동안 기사님과 대화를 하게 되었는데,
자신은 다른 사람의 기분을 섬세하게 배려 하지만 주변사람들은 그렇지 않다며 서운함을 토로 하셨다.
궁금해서 구체적인 일화를 물어 봤더니
자신이 우울증에 걸려 힘들어 하고 있을때 친구가 전화 해서 "요즘 왜이렇게 연락이 안돼?"라고 묻는 말에 실망해서 절교를 하게 됐다고 했다. 자신을 탓하는것 같기도 하고 배려가 없었다고.
여기까지 듣자 이해가 잘안되어서 좀 혼미해 졌는데 남을 섬세 하게 배려 한다는 기사님의 마지막 반전은 길을 돌아가서 택시비가 만원이 더 나온 거였다
평범한 안부 인사가 우울증에 걸린 이에게 비난으로 들릴수 있는 것처럼 상처가 꼭 누군가의 악으로 만들어 지는 것 아니다
취업을 준비하는 사람에겐 직장에 다니는 친구의 고민은 자랑처럼 들리기도 하고
아기가 생기지 않아 힘들어 하는 사람에겐 친구의 독박 육아가 배부른 소리처럼 느켜질수 있다.
내가 처한 입장에 따라 상대의 말과 행동은 다르게 해석하는 거다
누구의 잘못이라기 보다는 그저 타이밍의 문제일 수 있기에 상처 받는 것보다는 약간의 둔감함이 필요 하다.
그리고 이 둔감함은 나 혼자만 상처 받았다는 생각에서 벗어날 때 생겨 난다
"지금까지 나에게 크게 상처를 준사람은 누구 입니까?라고 물으면 많은 사람이 어렵지 않게 답한다고 한다
그런데"지금까지 당신때문에 크게 상처를 준사람은 누구입니까?"라고 물으면 좀처럼 대답이 없다고 한다
왜 그런걸까?
상처를 받은 사람만 있고 상처를 준사람은 없는, 수요와 공급의 불일치는 아마 우리도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고 있었다는 증거가 아닐까?
우리는 나혼자만 상처를 받았다고 생각하며 자기 연민과 분노에 빠지지만, 우리가 받은 상처를 상대가 전부 알지는 못하는 것 처럼, 우리 역시 우리도 모르게 누군가에게 상처를 줬다.
근데 누군가 에게 상처를 준 순간, 상대가 그럴수도 있지 라고 이해해 준다면 네가 나쁜 마음으로 그럴리 없다고 생각해 준다면 우리에게 얼마나 큰 위안이 될까.
상처를 내지 않는 조심성도 필요 하지만, 상처에 대한 너그러움이 없다면, 우리는 모두 상처 투성이가 된다.
고슴도치 같던 마음이 솜털 같아 질수는 없을지라도 상대방의 실수에 조금은 눈감아 주고 너그러운 시선으로 바라보며 상대의 행동에 의도를 찾지 않는 둔감함이 필요 하다
사람과의 교제에서는 모르는척 거짓 둔감이 필요 하다.
말은 가능한 호의적으로 해석해야 하며, 상대를 소중한 사람인양 대하되 결코 이쪽이 일방적으로 배려 하는 것처럼 보이지 않아야 한다
마치 상대 보다 둔한 감각을 가진 듯이 이것이 사교의 요령이며 사람에 대한 위로이기도 하다(펌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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