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일기

솔이와 봄이(6) 이발소

수멍통 2024. 1. 5. 0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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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바람이 심술 궃게 불고 비도 내리고 있어 외출하기 안 좋은 날씨 지만

 솔이와 함께 어제 약속한 것을 이행하기 위해 승용차를 몰고 스산한 거리로 나갔다

차를 도로 옆에 주차 할려 했으나  도로가에  주차할 공간이 없었다.

 할수 없이 이면 도로에 주차하고  둘이 우산을  꼭 잡고 건널목을 건너 길가에 있는  빨강, 파랑, 하얀 색의  회전 표시등이 돌아가는 곳으로 들어갔다.

이발소 주인이  손님의 머리를 깎고 있다가  "비바람 치는데  낼 오시지?" 하면서 수건을 건네준다.

우산을 썼지만  머리하고 몸에 비를 맞았고 솔이도 다리와 구두에 물이 묻었다 

이발소 주인이 미안한 표정을 지으면서  한 사람 더 기다리고 있는데 괜찮냐고 묻는다.

난 괜찮다고  기다리겠다고 했다.

이발소 홀에는  손님은 보이지 않고 이발 의자에는  머리가 하얀 손님의  뒷모습만 보인다.

 내 생각을 알아차리기나 한 듯이   예약 손님 한테  전화를 건다

예약손님이 나를 아는 후배인데 먼저 해드리라고 했다고  주인장이 알려준다

기분이 더욱 좋아 진다

 

어제 내가 이발소에 간다고  하니  솔이가 저도 할아버지 머리 깎는데 같이 가고 싶다고 하길래  유치원 끝난후에 같이 가자고 약속해서 왔다

 

솔이가 엄마 하고는 미장원에는 가봤는데 이발소는 가보지 않아서 궁금 했던 모양이다

솔이는 다른 아이들 하고는 좀 다른 것 같다.

내가 손녀를 키워 보는 것이 처음이라 다른 아이들은 어떠게 하는지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보통 상식으로는 손녀가 할아버지 하고 같이 다니는 것을 좋아 하지 않는다고  들었다

이 아이는 나 하고  어디를 다니는 것을 엄청 좋아한다.

어떤 때는 집에 엄마 아빠가와 있는데도 내가 외출을 할려면 같이 가자고 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농협도 같이 가고 , 카페에 가서 솔이는 아이스크림 먹고 나는 커피를 마신다.

내가 친구들하고 술자리를 하다가 딸애한테 차를 가지고  데릴러 오라고  하는 일이 가끔있는데 그때도 엄마와 같이 와서

내 곁에  앉아 있다가 나와 같이 간다.

가자고 조르지도 않는다.

같이 있는  친구들이 신기하게 쳐다본다. 
혹시 이아이가 외화 벌이(내 친구들이 용돈을 주는 것) 하는 것을 좋아해서 그런가?

그건 아닌 것 같다. 아직 이아이는 돈을 모른다.

 같이 가도 내가 불편을 전혀 느끼지 않는다.
참으로 신기할 따름이다

 

이발소 주인이  솔이를 보더니 나 한테 "손녀죠 몇살이에요?" 물어 본다

솔이가 5살이라고 말한다.

이발소 주인이  빙그레 웃으면서 요새 아이들은 너무 똑똑하다고 한다 

" 저 나이 때 우리는 나이를 물어보면 대답도 못하고 어머니 치맛자락 속으로 숨었지요!" 한다

그 이발소 주인장의 말에 순간 그림이 그려진다

 수줍은 얼굴로 물어보는 아저씨 얼굴을 쳐다보면서 어머니 치마 뒤로 숨던 우리 시대의 다섯 살 먹은 아이들의 모습이!

요새 아이들처럼 얼굴이 뽀얀 하고 영향 상태가 차고 넘치는 그런 모습이 아니라 영향

상태도 부실하고 머리에는 기계충 자리가 듬성듬성, 얼굴은 콧물 자국이 희연게 팔자수염을 그린 모습으로   어머니 치마 뒤로 얼굴을 가리던 우리 시대의 자화상이 파노라마처럼 머릿속을  스쳐간다.

새로운 손님이 들어 왔다

 솔이가 "할아버지 안녕 하세요" 하고 인사를 한다.

손님이 웃으면서 "난 아직 막내가 유치원에 다니는데 " 한다.

 "아직 할아버지라고 들은 나이는 아닌데?" 라고 내가 솔이를 보면서 이야기르 하니

"제 친구 딸이  아이를 해산해서 곧 할아버지 소리를 들을 것 같습니다." 한다  같이 웃었다.

그 손님이 솔이 보고 "어디 유치원에 다녀" "청양 유치원에 다녀요" 솔이가 대답를 한다

 

 자기 딸도 그 유치원에 다닌다고 하면서 솔이한테 몇 층에서 공부 하냐고 물어 보니 솔이는 아랫층이라고 대답하자 그 손님은 자기딸은 2층이라고 이야기 한다. 솔이 보고 자기딸 이름을 대면서 아는 냐고 물어본다.

솔이는 건성으로 안다고 하는 것 같았다. 그래서 내가 너 정말로 아느냐고 물어봤더니 잘 모른다고 말한다. 그래서 또 웃었다.

이발소 탁자 위에는 기다리는 손님들 심심할 때 먹으라고 사탕과 요사히 아이들은 보기 힘든 하얀 백화사탕이 놓여 있다.

옛날사탕하면 설탕 투성이인 백화 사탕이 엇듯 생각나지만 요새 아이들은 그것이 신기한 모양이다.

"할아버지 이게 뭐여요?" 솔이가 물어본다. "백화사탕이라는 건데 먹어 볼래?" 하나 꺼내줬다 . 깨물어 한번에 씹어 먹는다.

그건 깨물어 먹는 것이 아니라 입안에서 녹여 먹는거라고 이야기 했더니 이발사 아저씨가 웃으면서 그 사탕 별칭이 십리 사탕이라고 이야기한다.

솔이는 이 할아버지들이 무슨 이야기를 하고 있냐는 듯이  그 예쁜 눈을 동그랗게 하고 쳐다본다.

뭐라고 설명할 수가 없어 그냥 웃고 넘어갔다.

곧 내가 머리 깎을 순서가 다가오면서 솔이가 심심할까 봐 휴대폰에서 뽀로로 동영상을 시간이 긴것으로 틀어 주었더니 좋아 한다
.

 머리 깎는 동안 여러 가지 동영상을 자기가 알아서 찾아서 본다. 내가 괜한 걱정을 했다.

머리를 깎으러 의자에 앉아서 거울로 솔이와 얼굴을 마주쳤다. 씽긋 웃는다

갑자기 아버지 생각이 난다. 우리 아버지가 지금 살아 계셨더라면 얼마나 솔이를 예뻐하실까 생각을 하니 마음이 아려진다.

우리 아버지가 이발소를 하셔서 더욱 이발소에서 생각이 난 것 같다.

솔이 엄마인 초롱이를 우리 아버지가 엄청 예뻐하고 좋아하셨는데....

가끔 처가 하는 말이 어머니와 다투시면 초롱이하고 둘이 나가셔서  동네 중국집에 가서 자장면을 드시고 오시곤 했는데 어머니가 아버지가 들어오시면 점심 잡수 셨냐고 물어보면 "안 먹었서!" 하고 그냥 방으로 들어가시는데 초롱이 입가에는 중국집에서 자장면을 먹은 자국이 묻어 있었다고 한다. 처와 어머니는 서로 마주 보면서 웃었다고 한다
.

난 그런 아버지가 지금도 가끔 보고 싶고 그립다.

정신을 차려 거울로 쳐다보니 솔이가  의자에 앉아 잠이 들었다

편한 자세로 자고 있지만 빨리 머리를 손질했으면 했는데 이발사 아저씨가 내 마음을 알았는지 다 끝나 간다고 한다. 난 내 마음을 들킨 것 같아 멋쩍은 미소를 지었다

 

2019. 5.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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