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매너란???

수멍통 2024. 2. 9. 0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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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참 전의 이야기다

매곡리 밭에서 처와 잡초를 뽑고 있는데  친구가 부부동반 점심을 먹자고 전화가 왔다

전에도 몇 번 같이 식사한 적이 있는데 답례차원인 것 같다

보령 쪽에 줄서서 먹는 유명한 식당이 있다고 그곳으로 가자고 한다

일하고 있는중이라  옷도 그렇고 해서 망설였지만  매곡리에서 가까운 거리에 있는 곳이기에 가기로  했다

사실 나는 줄서서 먹는 식당을 좋아하지 않는다.

좋아하지 않는다는 것보다는 즐기지 않는다는 것이 맞는 표현 일 것이다

어렸을 때 어른 들이 하시던 밥상머리 교육이 지금도 강하게 남아 있다.

"음식을 먹을 때 맛있다? 맛없다? 싱겁다?, 짜다? 등 음식을 타박하면서 먹으면 안 되고,  음식을 해준 사람에 대해서 고맙다는 생각을 가지고 먹어야 한다"

그래서 그러지 난 음식맛에 대해서 젬병이다

예능 프로에 연예인들이 나와 먹으면서 짓는 얼굴 표정과 맨트는 난 죽었다 깨어나도 못할 것 같고 존경스럽기까지 한다

 나는 맛있다는 음식을 먹기 위해서 번호표를 받고 기다리는 것을 터부시 한다(미식가 분들께는 죄송ㅎ)

그곳에 도착해 보니 많은 사람들이 식당밖 의자에 앉아 있고 일부는 서있는 사람도 보였다

난 친구에게 다른 집으로 가자고 했다. 

내 지론인 오천 원짜리 자장면은 오천 원의 맛이 있는 거라고 너스레를 떨면서 기왕이면 장사 안 되는 집으로 가서 음식을 팔아줘야  그 주인의 진심어린 고마움이 내 가슴으로 전해 질때 음식의 진정한 가치가 있는것 아니냐고?

그 친구도 기다리면서 먹기는 불편 한지 얼마 떨어지지 않는 식당으로 가자고 한다
(장사가 안되는 집은 아니었다)

식당을 들어가는데  내가 장화를 벗으려고 머뭇거리니 식당 주인아주머니가 신발을 신고 들어 오는 곳이니 장화를 신고 들어 와도 된다고 한다

같이 갔던  처와 친구, 친구 부인도 신발을 신고 들어 가면서   신고 들어오라고 한다

나는 순간 장화를 신고 들어 가는 것이 뭐가 찝찝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뭐 이성적으로 상식적으로 고민해서 내린 결정이 아니라 그냥 들어가기에는 뭐가 불편했다

신을 신고 들어 가는 곳이라 해도,  장화에 묻은 흙을 털었다고 하더라도  그 깨끗한 바닥에  흙 묻은 장화를 신고 들어 갈 수는 없었다

장화 속에 있는 내 발은 이미 젖어 있어서 장화를 벗고 맨발로 들어 가도  아무런 불편함이 없었다

나는 양말을 벗어 장화속에 넣어   출입구 한쪽에 세워 놓고  내가 가지고 간 수건으로 발을

닦은 후   첫발을 내디뎠더니 

타일의 찬 기운이 발바닥에 전달되어 찬 얼음물에 발을 담그는 것처럼 시원함이 온몸을 애무했고

까마득히  잊혀 젔던 첫날밤의 원초적 본능이  오랜만에 클로즈업되었다

처는 빙그레 웃고 있는데  친구 녀석은 나한테 유난 떤다고 타박하면서 핀잔 아닌 핀잔을 주니 옆에 있던 친구의 처가 남편의 소매를 잡고 안으로 끌고 가다시피 들어간다

식당주인아주머니는 방긋 미소를 지으면서 "그렇게 까지 안 하셔도 되는데 , 감사합니다"하고 인사를 건넨다

음식이 나오나 마자 그 친구 녀석은 계속해서 지껄여 댔다.
음식맛이 어떠다는니, 이렇게 해서는 장사가 잘되는지 모르겠다는니, 음식을 평하는 레퍼토리도 다양하다

친구 처가 말을 못 하게 눈짓도 해도 모르는 척하는지 그냥 떠들어 낸다.
식당에는 우리만 있는 것이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좌석을 거의 메우고 있었다

듣기 불편해서 내가 한마디 했다

"나는 음식을 혓끝으로 먹는 게 아니라 가슴으로 먹는다"라고 했더니. 
친구와 친구 처는 무슨 귀신 씻나락 까먹는 소리 하느냐는 표정으로 나를 쳐다본다

"저이는 음식을 먹을 때 무엇(what)을 먹느냐 보다는 누구(who) 하고 먹느냐에 음식의 가치를 평가합니다" 처가 말을 한다"

순간 친구의 처가 낭패한 얼굴을 한다.

내가 나서야 할 것 같다

"내 말은 좋은 친구와 맛있는 음식을 먹는데 자꾸 부정적인 이야기만 하면 오늘 자리의 뜻이 퇴색되는 것 같으니 맛이 없으면 다음부터 안 오면 되는 거지 자꾸 맛없다고 하니까  맛있게 먹는 나도 기분이 이상해진다' 그러니 음식이야기는 머릿속으로 하고 좋은 이야기 하면서 먹자" 

옆테이블에 앉아서 나와 대각선에서 음식을 먹던 젊은 여자가 음식을 입에 넣은 채로 나를  쳐다본다.

내 착각 인지는 모르지만 내 말에 공감한다는 표정이다.

우연곡절 끝에 음식을 맛있게 먹었다

장화를 들고 현관문은 나설 때 

 뒤쪽에서 여자 목소리가 들린다

"매너는 저런 게 매너지"

 당연히 처의 목소리는 아니다

각자 차를 가지고 왔기 때문에  식당 앞에서 헤어졌다

다음에  내가 일정 잡아 볼게???

차를 타고 집으로 오면서  내가 처한테 이야기했다

앞으로 저

친구 와이프 하고는 같이 식사할 일이 없을 거야???

"왜?" 처가 물어본다

내가 아니고 처 친구 처가 같이 먹으려고 하지 않을 거야??

"확실해?

"그럼 확신하지, 내기할까"?? 

"내가 담주에 전화할 거야? 식사나 하자고, 나오면 당신이 이기는 거고 , 안 나오면 내가 이기는 거고"

처가 나의 발을 씻어 주었다 

 

 

매너는 사람사이에 존재하는 보이지 않는 구분선이다

매너 있는 사람은 반성할 줄 알고

예의를 지킬 줄 알며 쉽게 흥분하지 않고

자기 고집에 매몰되지 않으며

언제 어디서든 적절하게 행동을 하고 

늘 여유 있고 넉넉하며

마음은 선의와 타인에 대한 존중으로 가득하다

몸이 동하는 것과 마음이 동하는 것이 비슷할수록 더욱 빛나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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