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선산

수멍통 2024. 1. 21. 0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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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죽은 사람한테 술을 따라 줘요? 나는 술을  못 먹는데.."

"응 사람은 죽으면 다 술을 먹게 돼 있어"

작년 추석에  성묘를 가서 딸애와 손녀가 나눈 대화의 한 장면이다

모녀의 대화소리를 들으니 60여 년 전 풍경이  눈앞에  선하게 비친다

어렸을 적 고조부모 안식처는 홍성군 장곡면에 있어서  명절 때도 어른 들만 가고 아이들은 자주 갈 수 없었다

증조부모, 조부모 유택은 가까운 곳에 있어서 어른들 자전거 뒤에 타고 성묘를 다녔다

가을 추석에는 기온이 선선하고 시원해서 자전거 뒤를 타고 갈 때는 별로 불편한 점이 없었지만 겨울 설 때는 상황이 정말로 안 좋았다

묘지가 여러 지역에 떨어져  있어서 겨울 찬바람을 맞으며 성묘를 다니기는 늘 힘들었다 

하물며 눈까지 오는 날에는 걸어가야 했기 때문에 지금 생각하면 고충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지금 생각하니 어렵다는 것이지 그 당시에는  당연히 그렇게 하는 걸로 알았기 때문에 가기 싫어 한적은 한 번도 없었다

그렇게 지내다가 30여 년 전 할머니가 돌아가셨다

장지를 어디로 모셔야 할지 걱정했는데  아버지 아시는 분의 산에 모시기로 했다고 한다

나는 할머니 장례지에 따라가지 않았다

할머니 영원히 쉬어야 하는 안식처가 우리 집이 아닌 남의 집으로 가신다기에  정말로 싫었다

내가 땅을  구입해서 할머니를 모시기 전에는 할머니 산소에 가질 않겠다고 결심을 했다

하지만 명절땐 할머니 산소에 성묘를 안 갈 수는 없었다

나는  명절 전에 혼자 다녀오기도 했다 

명절 때 성묘를 가면 땅주인의 가족이 자기 조상들의 묘역을 차례로 성묘하는 모습이 한없이 부러 웠고  그들을 만나는 것이 좀 불편했다.

하물며 땅주인 자녀들은 내가 다 잘 아는 사람들이었다

땅주인이  우리한테 안 좋은 소리를 한다는 소리가 들린다

할머니 모신 산소의  남자 땅주인이 돌아가시고 난 후  부인이  땅주인 노릇을 한 모양이다 

돌아가신 작은 아버지 묘도 그산에 모셨졌는데 그 부인이 

우리 한테는 직접  말을 못 하고 사촌동생한테  싫은 소리를 한 것이다

지금 생각해 보면  땅주인 입장에서 보면 그럴 만도 했다

작은 어머니는 우리 집과는 아무런 상의도 없이 작은 아버지만 사위가 추천하는 목면으로 이장을 하셨다

울 아버님도 황당하셨을 것이다

우선 아버님은 할머니 산소를 비봉에 있는 공동묘지로 이장을 하셨다

그러고 몇 년이 지났다

승진을 하여 청양으로 다시 오게 되어 대전에서 살던 아파트를 임대해 주게 되었다

건축된 지 채 일 년도 안 되는 새 아파트였지만 처와 아이들하고 같이 청양으로 이사를 하기로 했다

이천만 원이라는 거금(?)이 전세금이라는 명목으로 손에 들어왔다

이 돈으로 산을 매입하기로 했다

다른 생각은 해보지도 않았고 할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내가 당연히 선산을 사서 할아버지 할머니를 이장시키는 것이 나의 지상 과제이자 목표가 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지인의 소개로 남양면 매곡리 96-3번지를 평당 채 만원 안 주고 샀다 (약 천평정도)

우선 조부모님을 아버님 살아 계셨을 때  남양면 내 땅으로 모셨다 

그때 그 기분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좋았다(나는 땅 등기는 아버님 명의로 했다)

그 후로 아버님이 돌아가셨다

홍성에 계신 고조부모님을 모셔 오기로 했다

당숙들한테 묘지를 정확히 아는 냐고 물어봤더니 안다고 하셨다

당숙들 하고 삼촌이 조상님들 이장하는데 도움을 주셨다

당연히 해야 한다고 생각도 들지만 그래도 나는 그분들이 고마웠다

그분들이 도움을 주지 않았어도 해야 하는 일인데   나는 그만큼 금전적으로 지출을 안 해도 되기 때문이다

지금은 당숙과 4촌  6촌 동생들하고  성묘도 하고 금초도 같이 한다

나는 내가 살아오면서 한 일중에서 남양에 땅을 산 것을 잘 한일중에 하나로 꼽는다

더군다나 이 땅의 지목이  전으로 되어 있어 농민 수당도 나오고 직불금도 준다고 한다

그것도 일 년에 210만이나 준단다

내 새로운 내 영원한 안식처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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