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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에 처와 함께 5일장에 차례상에 올린 제물을 구입하기 위해 갔었다.
나는 재래 시장에 오면 기분이 좋아진다.
이리 봐도 저리 봐도 전부 팔아줘야 할 물건이고 , 사 먹어야 할 음식들로 꽉 차 있다
예전에는 장날이면 새벽부터 우마차 소리와 하얀 두루마기을 입으신 시골 노인들의 발걸음이 나의 아침잠을 깨우곤 했다
지금도 장날이 되면 감리교에 앞에서 머리를 깍는 벙어리 아저씨 모습이 눈에 선하다.
그 당시 용어로 야매로 영업을 하고 있었는데 장애인이다 보니 단속을 하지 않은 것 같다.
우리 아버지가 이발소를 하셨기 특히 기억에 남아 있는것 같다. tv에서 인도여행기를 보면 노천에서 이발하는 것이 나오곤 해서 친밀감이 느껴지기도 한다
그 옆에는 고무신을 때우는 할아버지가 계셨는데 시장 보러 오는 사람들이 때울 고무신을 맡기고 시장을 본 후 찾아가곤 했다
내가 봤을때는 다 같은 검은 고무신으로 보였는데 어떠게 주인을 찾아 주었는지 지금도 궁금하다.
장날이면 시골 사시는 분들은 필수적으로 출타하는 날이다
장에 오셨다가 막걸리 한잔 거하게 하시고, 손에 새끼에 매달은 갈치와 꽁치를 들고 울 집 앞 뚝을 비틀비틀 걸어 가시는 모습이 지금도 눈앞에 아른 거린다.
좀 약주를 심하게 잡수신 분들은 뚝 옆 풀받에서 한숨 자고 가시는 분들도 계셨다
지금은 옛시장 처럼 흥겹고 익살스러운 모습의 약장사 북소리와 현란한 손놀림으로 순박한 시골 어른들의 혼을 빼놓는 야바위꾼이 있는 건 아니지만
항상 그럴것 같은 분위기에 내 DNA가 자동 반응 한다
극히 드물지만 백화점이나 대형 마트에서 꼭 내가 물건을 선택해야 할 경우는
빨리 나가고 싶은 생각에 물건을 비교할 것도 없이 내가 사야 할 물건 앞으로 좌고우면 하지 않고 뺏긴 백마고지를 다시 되찾은 6사단 용사들처럼 돌진한다
그러고 계산하고 나온다.
나머지 내가 꼭 필요하지 않는 경우는 대부분 주차장에서 시간을 보낸다.(한 시간이고 두 시간이고)
혹시 백화점 안에 있는 식당에서 식사를 하게 되면 기다리다가 처가 알려준 식당으로 간다. 내가 봐도 나를 잘 이해할 수가 없다
그런데 재래시장에만 오면 천천히 이것저것 기웃기웃 구경도 하고 몰카도 찍는다
처의 물건 흥정을 하는 모습이라 듣지 일반적인 복적대는 일반 시장 모습을 담는다는 말이다
사람들이 북적북적 대는 모습을 보면
70년대 중반 청계천에 있던 풍천호텔 나이트 클럽에 처음 들어가서 Tom john의 KEEP on RUNNNNINNG 드럼소리를 들었을 때처럼 가슴이 빵빵 뛰고 터질 것만 같다
재래시장은 정찰제가 아니라서 나는 더 좋아한다.
시장 상인의 말이 곧 정찰 가격이다. 사람에 따라 다를 수도 있다. 그때그때 다르다는 이야기다.
꽉 맞는 양복을 입다가 헐렁한 한복을 입었을 때의 편안함과 풍요로움을 느낄 수 있는 것이다
나는 그렇다고 가격을 깎은 일은 하지 않는다. 처가 흥정을 하면 옆에서 장사하시는 분의 편을 들어주는 멘트를 던진다.
예를 들면 이런 거다.
"저 가격에 저런 물건을 어떠게 사? 엄청 싸다!"
"저 가격으로 우리가 농사짓는다고 생각해봐 공짜지"
채소나 감자 고구마등 농산물 가격이 기본이 오천원정도로 묶어 놓은 것 같다.
그러니까 한번 살려면 오천 원어치는 사야 한다
" 한 묶음 더사 맛있게 생겼는데"
하면서 맛보게 하려고 놓은 고구마 조각 하나를 들고 먹는다
"엉청 맛있다"라는 찬사를 거듭한다
그럴 때 상인의 반응이 가격을 오백 원 깎았을 때의 기쁨보다 더 몇 배의 찬사가 들어온다
"손님은 복 많이 받을 겁니다, 손님 같은 분만 있으면 장사할 만합니다, 손님 같은 분 없서요, 사모님 행복하시겠서요, 저도 오늘 기분이 따봉입니다"
물건사면서 이런 칭찬 들어 봤서요??
물건값을 얼마 더 지불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 수만 배의 정신적 기쁨이 온다
나는 장사하는 사장님만 기분 좋으라고 하는 말은 아니다.
결국은 내가 기분 좋으려고 하는 말이다
"가는 말이 고와야 오는 말도 곱다" 이런 속담은 세상이 아무리 변하고 또 변해도 변하지 않을 것이다
손님이 가고 난 다음에 재수 없다고 소금을 뿌리는 상황은 나는 만들지 않는다.
난 이것을 나의 자존감이라고 한다
아파트도 넓고, 차도 좋고, 돈도 많으면 좋지만 내가 추구하는 것은 나의 자존감이 무너뜨리지 않는 것이다
나는 아무런 이득도 없이 남을 불편하게 하고 욕을 먹는 것은 최악의 인생을 사는 것이라고 생각하며 산다
현직에 있을 때의 이야기다
직원들이 화장실에서 소변을 보면서 하는 말을 들었다
"울 원장님을 험담 하는 사람은 그 사람이 나쁜 사람이야"
난 그사람이 누군지는 몰랐지만 아랫배가 깨끗이 비어짐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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