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홍성죽도를 다녀와서

수멍통 2023. 11. 24. 1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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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한 코로나로 시작된 여행 주의보에 계획했던 북유럽 여행도 접었다.

일상 생활에 권태감이 왔다. 

일주일에 한번은 어디든지 나갔다 오기로 맘을 먹었다.

갑자기 바다가 보고 싶었다. 

처하고 간다 간다 하고 못갔던 바로 옆 홍성군에 있는 죽도라는 섬을 가기로 했다.

검색을 해보니 울집에서 한시간 정도 걸리고,  섬 한바퀴 도는 데 2시간 정도면 충분 하다고 한다. 

내 적성에 딱 맞는 섬이다.

10시배를 타려고  빵으로 요기를 하고 8시 30분정도에 출발 했다.

홍성쪽으로 가는 중에 네비게이션에서 광천쪽으로 좌회전 하라고 한다.

여자의 말은 선택해서 들어야 한다는 금언(?)에 따라 그냥 직진해서 홍성쪽으로 올라 갔다.

갑자기 네비게이션의 거리 표시가 42k에서 48k로 늘어 났다.

사람의 습관이라는 것이 무섭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홍성 도교육청에서 근무 할때 가끔 남당리로 회먹으러 다녓는데 내 머리속에는 홍성에서 가는 남당리가 확고히 자리 잡고 있었다. 

아차 하는 생각에 가끔 여자 말도 듣는것이 손해가 안될수도 있다는 금언아니 금언이 떠 올랐다.

돌아 오는 길은 광천쪽으로 오기로 하고 액셀을 이쁜여자 가슴을 만지듯 지그시 밟았다.

토요일 인데도 생각 보다는 사람이 많지 않았다. 

배표가 왕복 만원 이다. 섬이 손끝에 닿을듯 보이는데  20분정도 간다고 한다. 

배를 타러 내려 가는 곳이 위험을 느낄 정도로 가파랐다.

배타는 승선 시설이 아직 완성이 되지 않은것 같다.

썰물때라 물이 많이 빠졋을 수도 있지만....

배를 탈때도 선원들이 양쪽에서 손을 붙들어 주었다. 베트남 하이뽕에서 뱃놀이 하던 생각이 난다.

선실은 두칸으로 나누어져 있는데 내가 탄 앞 선실에는 할아버지 할머니가 손자와 함께 타고 있었다. 

좋아 보인다. 

평일에  솔이와 함께 왔으면 좋았을걸 하는 생각이 든다.  그런 시간을 만들어 보기로 했다. 

여행객들을 보니 어린자녀들과 같이 온 젊은 부부, 한창 눈먼시기인 질풍노도의 남녀, 낚시 하려는 사람,묻지만 관광은 아닌듯한 중년 남여들 , 집안 행사인 듯한 한 남녀노소 등 , 50여명 정도 탄것 같다.

내가 가장 단출한 여행객 이다.

배안에서 마스크를 턱으로 바쳐 쓰고 있더니 선장이 올려 쓰시라고 한다. 좀 미안했다. 그정도는 지켜야 하는하는데,,,

변명하자면 청양에는 마스크 쓰는 관념이 별로 없다.

일상적으로 생활 하는중에 마스크 쓰는 사람들이  눈에 띠지 않는다.

아이러니 하게도 논이나 밭에서 일하는 할머니 할아버지와 공원에서 운동 하는 아줌마 아저씨들은 쓰고 있다.

다행히 배가 내리는 곳은 타는곳 보다 형편이 좋았다. 

부두를 지나자 힐링코스라는 안내 문이 보인다,

나이 지긋한 아줌마 젖무덤 같은 울동네 뒷산을 올라 갔다 내려 갔다 하는 듯한 정겨운 코스가 계속 되었다.

산 정상이라고 하기는  민망할 정도의 높이 에는 전망대라는 이름의 누각이 있었다.

정확히 높이는 모르겠지만 우성산 봉안사 정도의 높이가 최고봉(?)인것 같다.

둘렛길을 걷다 보니 섬이름 처럼 대나무가 많이 있었다. 특이  하게도 대나무가 큰것이 없었다.

 아쉬웠던 점은 둘렛길을 걷다 보니 바다가 보이지 않는다.

처가 한마디 한다, "섬둘렛길에 바다를 보지 못하면 무엇을 봐야 하나"? 맞는 말이다 .

가다 보니 전망대라고 따로 바다를 보게 만들어 놓았다

바다쪽으로 가시 덩쿨처럼 자라, 바다를 볼수 없게 만든 대나무를 정리 하면 바다 보는 곳을 따로 만들 필요가 없를것 같았다.

맛있는 점심을 먹기 위하여 아침을 굶은 것과 비슷한것 같아 쓴 웃음을 지었다.

역시 생각의 차이다.

옮고 그른 것이 없다. 이현령비현령이다

배안에서 본 어린 자녀들을 데리고  온 젊은 부부가 사진을 찍으려고 한다. 난 처보고 사진을 찍어 주라고 했다.

젊은 부인이 우리를 사진 찍어 준다고 한다. 내가 괞찬다고  했다

처가 말한다 " 내가 모델이고 저분은 내 전속 사진사 입니다" 콜 !

나를 더 기분좋게 하는 말을 젊은 부인이 한다 "아 그러세요? 어쩐지 전문가 POS가 보이시내요?" 

이 젊은 아낙의 한마디에 나는 사진 작가가 된 기분이 들었다.

내가 처한테 이야기 했다"말은 저렇게 하는거야 !" 처가 입술을 삐쭉내민다.  주위 사람만 없었으면? 60년대 영화처럼 신성일과 엄앵란으로 빙의 할뻔 했다.

전망대로 올라 갔다. 우려 했던 일이 벌어 진다.

배탈때 보았던 묻지마 관광이 아닌  관광객들이 엉청 떠들고 있었다. 참 대단한 얼굴 두께다, 탱크 정면 철갑 보다 더 두꺼울것 같다. 큰 베낭들을 등에 메고 있었다.

나는 히말라야 등반대가 이곳으로 전지 훈련 온줄 알았다.

뭐가 들었을까? 

정작 꺼내는것을 보니 전부 술과 안주였다(난 술먹을때 밥도 안주라고 한다). 경악했다.

이곳에서 술판과 먹자방 유튜브 방송을 소수의 시청자들에게 생중계할 작정인것 같다

오물은 더럽던, 무섭던 피하는게 상책이다.

풍경이 고즈넉해서 사진도 더  찍고 싶은데 눈은 호강할지 몰라고 내 맘은 아파온다.

앞으로 저런 부류의 인간들은 등산이나 관광을 노래방이나 룸싸롱으로 갔으면 하는 생각이 든다.

70년대 명동에 가면 등산복을 입은 젊은 여자 분들이 많았던 그림이 오버랩된다

어떤 정신과 의사가 한이야기가 생각이 난다 "정작 정신병원에 올 가해자는 안오고 자가 치료해도 되는 피해자만 온다고?"

주변인의 인격이 나의 가치는 아니것 아닌가? 

얼른 잊어 버렸다. 괜히  열받으면 나만 손해다. 

내려 오다 보니 카페라고 쓰여 있는 곳이 보인다. 그곳으로 가서 전속 사진사는 캔맥주를  모델은 커피를 마셨다.

카페 앞쪽으로 조그만한 봉우리에 전망대 같은 누각이 보인다. 시간을 대충 계산해 보니 갔다 오면 나가는배시간이 맞을것 같있디. 계단의 경사가 제법 가파랐다. 봉우리를 한바퀴 돌고 누각으로 올라 갔다. 누각 기둥을 대나무 형태로 만들어 놓았는데 대나무는 아니고 플라스틱으로 만들어 놓은것 같다. 콘크리트가 아닌것으로 만족(?) 했다.

점심을 남당리 가서 먹을까 여기서 먹고 나갈까 생각 하고 있는데 길가에 내가 가장 좋아하는 길거리 음식인 어묵가게가 보인다. 모델과 어묵 3개를 시켜먹었다.

젊고 예쁜 처녀지 아줌마 인지 알듯 모를듯한 여자가 사장인것 같다.(사진을 찍었어야 하는데 옆테이블에서 소주 찾는 바람에 ㅠ)

내 옆으로 중년 남자 두분이 커피를 마시고 있다. 

"사장님? 여기 소주 있어요?" 한다

"예 있는데 좀 미지근 해요!" 하면서 소주를 가져다 준다. 

그 다음 부터가 문제다. 차를 가져 왔기 때문에 둘중 하나는 소주를 먹으면 안되는 상황인것 같다.

서로 먹겠다고! 당위성을 이야기 한다. 들어 보니 다 먹어야할 이유가 있다. 내가 코치 할려다가 그만 두었다.

분명히 이해를 못할것 같다.

그건 간단 한데!

둘다 먹고 택시기사 한테 대리 운전 시키면 되는 일인데(나라에서 돈도 줬는데!) 그걸 가지고 실랑이를 하고 있다니 참 바보(?)같다.

누가 먹었는지는 모르겠다. 돌아갈 배가 멀리서 입항 하고 있다. 

울 교인 다섯명이 하는 단체 톡이 울린다 "아빠 점심값 엄마 통장에 입금 시켰습니다!  맛있는 회 드시고 오세요." 딸애가 보냈다.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 

지금쯤 대왕문어가 집에 배달 왔을 테니 낼 오면  같이 먹자(속마음)

최근에 겪어 보지 못한 토요일

가성비 엉청 좋은 여행이었다(총 경비 기름값 포함 오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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