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추의 서글픔이 창가에 맑게 비치는 토요일 아침이다.
커피 생각이 나서 처한테 카톡을 보냈다
"커피 좀?"
"응" 하고 답장이 온다
책을 읽고 있는데 아래층에서 층계를 올라오는 발자국 소리가 경쾌하게 들린다. 누구일까? 귀를 쫑긋해 보았다
어른 발소리는 아닌 것 같아 손녀들이 놀러 올라오는구나 생각했다.
내 방문 앞에서 "할아버지 드세요?" 하는 소리가 들린다. 얼른 일어나 방문을 열어 보니 손녀 둘이 각각 손에 물건을 들고 들어온다.
큰 소녀 솔이 손에는 커피을 담은 물병이 들려 있었고 둘째 봄이 손에는 컵이 들려 있다.
나는 "고맙습니다" 하고 물병과 컵을 받아서 책상에 놓았다.
아이들이 내려 갈려고 하길래 봄이 손에는 포장이 된 영향제를 주었고 솔이 손에는 포장이 안되고 낱알로 되어 있는 영향제 몇 개를 손에 쥐어 주고 할머니한테 드리라고 했더니
" 이걸 나 주는 것은 이것을 봄이가 먹을까 봐 그러는 거죠?" 솔이가 엄청 궁금하다는 듯이 일본 만화 여주인공을 닮은 크고 예쁜 눈을 깜빡 거리며 물어본다
나는 엉겁결에 응하며 대답을 했다 아이들이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커피를 마시면서 나의 입가에 흐뭇한 미소가 지어지고 가슴이 활짝 열리며 머리가 쓰나미가 지나가 바닷가 해변처럼 말끔히 정리된 기분이 든다
오늘 아침에 처와 아들 딸들이 아이들을 데리고 부여 아웃렛으로 손녀들 겨울 옷을 사러 가는 준비를 하느라고 대신 애들 한테 커피 배달 심부름을 시킨 것 같다
이 아이들은 무슨 일을 하든 꼭 둘이 한다. 심부름을 시키려면 가능하면 둘이 할 수 있는 걸 시켜야 한다
할머니가 커피 심부름을 시키면서도 커피담은 물병과 컵을 하나씩 들려 올려 보낸 것 하고 내가 처에게 영양제를 나누어 돌려보내는 것도 이런 이유 중의 하나다
둘이 그렇다고 서로 무엇을 하려고 싸우는 그런 상황이 아니라 둘째 봄이가 언니하고 노는 것을 좋아하고 솔이도 봄이 하고 노는 것을 좋아한다
봄이 보고 "넌 누굴 닮아서 귀엽냐" 하고 물으면 언니라고 서슴 없이 대답한다
봄이가 은연중에 언니하고 경쟁심을 가지고 있다. 언니인 솔이가 하는 것은 저도 꼭 할려고 든다.
가끔 못하는 경우가 있을땐 할머니와 할아버지가 조금 더 커서 언니만 하면 너도 잘 할수 있다고 응원을 해 준다
솔이도 봄이 보다는 그런 내색을 잘 안하지만 솔이도 가끔 봄이 한테 칭찬을 하면 저는 더 잘 할수 있다고 뽀로뚱하게 이야기를 하기도 한다
그러면 나와 할머니는 이렇게 이야기 한다
"솔이는 언니기 때문에 봄이 보다는 다 잘하기 때문에 이야기 하지 않는 거라고"
솔이는 "네 " 하고 활짝 웃으면서 대답을 한다
며칠 전에는 이런 일도 있었다
이층 방에서 무언가를 하고 있는데 방문을 열고 솔이가 들어온다.
"할아버지 안녕히 주무세요" 하고 인사를 한다
내가 의아해서 쳐다보니까 솔이가 나한테 소근 거리 듯이 귓가에 이야기를 한다
"할아버지 지금 봄이가 자고 있었어 큰소리로 아래층에서 인사를 하면 봄이가 깰까 봐 올라와서 인사하는 거예요!"
할머니와 엄마가 시켰는지는 모르겠다.
시켯더래도 그것을 이해하고 이층까지 와서 인사 하는 것은 보통 아이들이 할 행동이 아닌다
그날 난 엉청 감동 먹었다
솔이와 봄이는 저녁 인사는 9시쯤에 거실에서 놀다가 저희들 방으로 자러 가면서 목이 터져라 이층 내 방에 대고 인사를 한다.
"할아버지 안녕히 주무세요!!" 나도 힘껏 목소리를 높여 대답한다" 너희들도 잘자라"
"네" 하고 대답이 온다
이 절차가 오늘도 하루 잘 보냈구나하는 마지막 절차다
아마 옆집에 사는 할머니는 이소리를 들으면서 잘 시간이 된 나보다 하고 잠자리에 들것도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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