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층에서 외소녀와 할머니의 목소리가 재잘재잘 다정하게 들린다무슨 소리를 하나 귀를 쫑긋 세우고 들어 보아도 소리만 들릴뿐 말의 의미는 알 수가 없다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아랫층으로 내려갔더니 배추김장 속을 넣으려고 응접실 바닥에 둥 그런 비닐을 깔면서 작년 김장 담그던 기억을 이야기한다나는 소파에 앉아서 아내와 손녀들의 말소리에 흐뭇한 미소를 띠면서 바라보다불현듯 내가 어렸을 적에 김장을 담그던 모습이 영화를 보는 것처럼 비친다그 당시 김장을 할 때 냇가로 절인 배추를 가지고 가서 냇가물에 씻은 후 집에 가져와 배추 속을 넣는 작업을 하는 것이었다그 흔한 고무장갑도 없이 차가운 물에 배추를 넣고 흔들어서 소금물을 빼는 일을 할 때 그 부근에 장작불을 피워 놓고 손이 시리면 불을 쬐는 일을 할머니와 어머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