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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치원에서 솔이가 올 때가 돼서 아래층으로 내려갔더니 처가 봄이 와 장난감을 가지고 놀고 있었다
"솔이는 내가 데릴러 갈까?" 처를 쳐다보며 말했다
"응 그려 난 봄이를 보고 있을께, 추운 잠바라도 걸치고 가야 할 것 같은데?" 처가 말한다
"봄아 언니 델러 가야 하는데 이층에 가서 할아버지 잠바 좀 가져올래?" 내가 말했다
" 할아버지 나는 조그만 하고 할아버지 잠바는 커서 가져올 수가 없어!"
나와 처는 한참 멍하니 있다가 배꼽을 잡았다
우리 나이로 4살도 안 되는 아이가 순간적으로 어떠게 저런 생각을 할 수 있을까?
참 희한한 일이다.
어제는 이런 일도 있었다.
12월 19일이 결혼기념일이라 처한테 조그마한 금목걸이를 선물했다.
애들이 케이크를 사가지고 와서
솔이하고 봄이 한테 자르라고 했다
"오늘이 할머니 할아버지 결혼한 날이야?" 봄이가 물어본다
"응" 하면 할머니가 대답한다
할머니 목에 걸린 목걸이를 유심히 쳐다보더니
" 그 목걸이 할아버지가 할머니한테 사준 거야?
" 응 "
"와 너무 예쁘다. 할아버지한테 고맙다고 했서?" 봄이가 계속해서 홈런을 날린다
할머니와 나 딸애는 배꼽을 꼭 잡았다
그러더니 " 나도 목걸이 있다 " 하면서 목에 있는 목걸이를 자랑스럽게 앞으로 내민다
"거기에 뭐라고 쓰여 있지?" 딸애가 물어본다
"엄마가 안 보일 때 지나가는 사람들한테 울 엄마한테 전화해 주세요"라고 봄이가 말한다
목걸이 뒤에다 엄마 전화번호를 적어 놓아서 혹시 길을 잃어버렸을 때 주위 사람들한테 도움을 청하는 법을 가리킨 모양이다.
정확히 이야기한다.
요사히 아이들은 부모나 어린이 집에서 일상생활에 필요한 것을 아주 세밀하게 잘 가리키는 것 같다
기침을 할 때도 정확히 고개를 돌리면서 옷소매를 코에다 대면서 한다.
참 대견해 보인다
솔이하고 봄이는 다른 점은 너무 많다. 서로 찾고 만나고 재미나게 놀고 하는 데는 문제가 없다.
성향이 다르다는 이야기다
.
솔이는 음식을 주면 우선 맛있게 먹는다 그러고 나서 맛이 없으면 더 달라고 하지 않는 걸로 끝났다
봄이는 싫으면 맛이 없어하고 고개를 돌리면서 손으로 입을 감싼다
우리 김 씨 집안에는 그렇게 이야기하는 사람이 없다.
봄이는 강 씨가 틀림없다고 할머니가 웃으면서 이야기를 한다
어린이 집에서 할머니 보고 싶어서 울기도 하고, 금요일 오후에 내포에 가야 할 때는 가지 싫다고 떼쓰기도 한다
솔이하고는 다르게 자기주장이 강하다
.
둘째라 그런지는 몰라도 욕심이 많고, 언니인 솔이한테 안 지려고 하는 모습이 역력히 보인다
한 번은 이런 일도 있었다
내가 이층에다 이동식 철봉대를 설치해 놓았다.
솔이도 처음에는 밑에다 받침판을 놓고 올라서서 철봉에 매달 였는데 지금은 받침대를 놓지 않고 철봉틀 옆에 있는 봉을 이용해서 혼자 철봉을 잡는다
봄이가 그걸 보고 솔이처럼 하려고 한다.
잘 안된다.
그래서 발밑에다 받침대를 갔다 놓았더니 막 화를 낸다. 저도 언니처럼 혼자 할 수 있다고 하면서....
언니한테 지지 않으려고 하는 모습이 강하게 보인다.
둘째로 태어난 사람들의 숙명이라 할까?
봄이는 솔이를 따라 하는 것을 좋아한다
좋아하는 마음으로 따라 했으면 좋겠다. 그래서 나도 항상 조심이 된다
혹시 모를 봄이의 마음을 감싸려고,,,,
(2020. 1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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