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온 지구촌을 혼돈의 시대로 만들고 있는 코로나 덕분에 솔이와 봄이는 어린이집과 유치원에 가질 못한다
전 같으면 3월2일날 새로운 벗들을 만나 새롭게 하루 하루를 보낼텐데 코로나 덕분에(?) 한시적으로 등원을 연기하고 있는 것이다.
3월23일 개원할 예정 였던것도 코로나 기세가 꺽이지 않아 부득히 4월로 개원을 또 연기 했다.
사회적 격리라는 한번도 듣거나 겪어보지 못한 현상(듣보현?)으로 인하여 집에서 하루 종일 할머니와 함게 지내야 한다.
집에서 애들 둘을 어떠게 돌보아야 하나 처음에는 걱정도 많이 했다.
며칠이 지나고 보니 그 생각이 기우에 지나지 않았다는 것을 알았다.
솔이와 봄이
두 자매가 할머니와 함께 그렇게 잘 놀수가 없었다.
물론 불편함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가장 불편한것이 할머니가 개인 용무를 보는 일이 거의 불가능하다.(하긴 요사히 할머니도 다니던 곳에 갈 수가 없다.
사람이 모이는 곳은 다 잠궜다)
가끔 할머니가 급한일이 있을때는 원포인트 릴리프로 내가 마운드에 올라가기도 하지만
그건 말 그대로 원포인트 이고 할머니가 거의 완투를 한다
객석에서 책을 보다 보면 가끔 경기장 에서 할머니와 두 자매가 자지러 지게 웃는소리가 들린다.
책을 덮고 슬그머니 경기장으로 내려가 본다.
할머니에게 뭐하는 거냐고 물어 보니 유치원놀이를 하고 있다고 한다 .
유심히 살펴보니 말그대로 유치원에서 하는 일을 집에서 상황극으로 재연하는것이다
감독겸 주인공은 언니 솔이가 하고 동생 봄이는 유치원 원생이고 할머니는 유치원 선생님이다.
유치원에서는 선생님이 감독이지만 우리집 상황극에서는 선생님은 조연 배우에 불과하다
솔이가 하고 싶은 상황을 각본(쪽대본)을 짜서 연기를 하고, 시킨다.
할머니배우는 손녀 감독이 하라는 대로 선생님 역할에 충실하고동생 봄이도 제법 언니 감독이 하라는 대로 어설픈 배우 역할을 한다.(가끔나도 유치원 안전요원 으로 찬조 출연)
두아이가 서로 소통이 잘된다.
할머니배우는 원생역인 봄 배우가 하는 말을 잘 알아 듣지 못해(처음쓰는 말은 발음이 정확하지 않다) 솔이감독 한테 물어보면 솔이가 대답을 해준다.
참 희안한 일이다.
사실 봄이가 가는 어린이집은 요사히도 부모가 원하면 아이들을 돌봐준다.
지금도 많은 아이들이 어린이집을 다닌다고 한다.
그런데 우리집은 보낼수가 없다.
왜냐하면 솔이감독겸주연배우가 조연인 봄이가 없으면 상황극을 실감 나게 연출 할수 없기 때문이다.
봄이는 점심을 먹고 오침을 하는데 솔이는 전혀 낮잠을 자지 않는다.
솔이가 어린이집 다닐때에도 다른 아이들은 낮잠을 자는 데 솔이는 낮잠을 안자서 어린이집 선생님의 격무(?)에 일조를 했다는 말도 들린다.
유치원 가서도 낮잠은 안잔다고 한다.
어제는 9회말(공연은 딸애가 퇴근하는 5시까지 쉼없이 이루어 진다) 릴리프 마무리 투수로 내가 출장해서 두자매와 마당에서 축구 경기를 하고 있는데 봄이가 서서 조는것이다.
나는 얼른 주전 투수한테 봄이를 안고 방으로 들어 갔다.
솔이도 따라 들어와 "할머니, 봄이는 졸리지 않아요!" 한다
(솔이는 봄이가 잠을 잘까봐 걱정이다. 할머니와는 전혀 다른 생각을 하고 있다.).
할머니 품에 안겨 있던 봄이가 "나 졸려" 하고 소리를 지르며 할머니 품에서 곧장 잠들어 버린다.
할수 없이 솔이는 거실에서 할아버지(발연기의 대가)와 재미 없는 상황극을 할머니가 나올때 까지 해야 했다
하루에 1-2시간 정도는 테블리으로 어린이 프로그램을 본다. 이프로 그램을 통하여 많은 말과 지식을 얻는것 같다.
둘이 보는 모습과 내용을 잠깐 옆에서 보면 상당한 정도로 수준도 있고 재미도 있다.
애들이 너무 진지 하게 본다. 프로그램을 보면서 춤도 춘다.
테블리pc 작동을 나보다 더 잘한다
두자매와 할머니는 이러게 하루를 보낸다.
그래선지는 몰라도 봄이가 말하는 것이 엉청 늘었다. 나와 할머니를 깜짝 깜짝 놀라게 한다.
솔이 한테 억지를 부리다가 할머니 한테 들켜서 언니 한테 미안하다는 말을 하라고 하면 "언니 미안해" 말은 한다.
하지만 그 말하는 태도는 전혀 미안한 기색이 없다.
어쩔수 없이 한다고 하는 모습이 내눈에 확연히 보인다. 얼굴은 다른데를 쳐다보고 입만 말을 한다
성의 없이 사과하는 모습을 보면서 할머니와 나는 한참 웃는다.
봄이는 욕심이 많다. 식탐도 있다. 무조건 일단 "내꺼"라고 말을 시작한다.
한번은 바나나를 먹는데 내가 봄이 한테 좀 달라고 하자 "안돼! 내꺼야" 혼자 먹는다.
옆에서 보고 있던 솔이가 내 귀에다 속삭인다
"할아버지? 봄이가 바나나주면 봄이 뽀로로옷 사줄거에요?"
"응 그래" 나는 얼른 대답했다.
그랫더니 솔이가 봄이 한테 귀솟말을 한다
"할아버지 한테 바나나 주면 뽀로로 옷을 할아버지가 사줄거야?"
이말에도 봄이는 아무런 미동도 없다. 바나나만 먹고 있다.
거의 꼭지 까지 먹다가 바나나를 떨어 드렸다. 솔이가 얼른 그바나나를 집어 들더니 내 입에 넣어 준다
(할머니가 깜짝 놀란다. 나는 괜찮다는 눈짓을 보냈다)
"할아버지 봄이가 바나나 할아버지 한테 준거에요.그러니 할아버지 봄이 한테 뽀로로 옷 사주세요?"
"아닌데 봄이가 준게 아니고 솔이가 준건데?"
"할아버지? 봄이 것을 준거니까 봄이가 준거에요."
난 어떤 표정을 지어야 할지 잠시 망막해 진다.
"그래 솔이가 주었더래도 봄이것을 주었으니까 봄이가 준것이 맞내,봄이 뽀로로 옷 할아버지가 사줄게!"
그러면 솔이가 방긋 웃으면서 봄이 귀에다 뭐라고 말을 한다. 봄이는 전혀 반응이 없다.
"할아버지 내가 어린애가 뭐?"
요사히 솔이가 가장 많이 할아버지와 할머니 한테 쓰는 말이다
6살먹은 언니라는 어린 아이가 두돌이 갓지난 3살먹은 동생을 챙기는 모습이 나의 좁은 가슴을 꽉 채운다.
늦가을에 벌집에 꿀이 꽉 차듯이!!
인간의 태고의 성품을 가지고 맹자와 순자가 설왕설래 한다.
그러나 그것은 어떤것이 맞을수도 있고 틀릴수도 있다. 또 어떤것은 틀릴수도 있고 맞을수도 있다.인간을 일률적으로 평가 할수 없듯이 성악,성선은 사람마다 다르게 표출되는것 같다.
두아이의 모습에서 인간의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단편적인 모습들을 볼수있다
그래서 나는 인간은 교육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 교육이 우리가 흔히 이야기하는 공부를 뜻하는 것은 아니다.
나는 교육을 하는 기관에서 평생을 근무 했다. 하지만 공부는 학교에서 가르칠수 있지만 교육은 가정교육이 거의 90%이상을 짜지 한다고 믿고 있다.
콩심은데 콩나고 팥심은데 팥난다고 한다.
나는 부모로서 인간으로서 어떤 모습이 내 자식들한테 더 각인 되었을까 생각도 해본다.
착한 사마리안 인일까?
그냥 지나가는 제사장 레위인으로 비칠까?
손녀들 보면서 조금은 희망 섞인 기대를 해본다.
추신: 내가 자식들에게 바라는 삶은 착한 사마리아인도 아니고 그렇다고 레위인으로 대표되는 삶을 살라는 것도 아니다.
착한 사마리안인과 레위인의 절충된 중용적인 삶을 살기는 바란다.
현실적으로 착한 사마리아인으로 살기가 레위인으로 사는 삶보다 힘들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