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집

냉천골

수멍통 2025. 3. 31. 2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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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전 모델 한혜진이 누드 사진을 찍었다고 언론에 발표 했다.

한 누리꾼이 보기 민망하다고 댓글을 달았는데 한혜진이 "그러면 보지 마세요" 답글을 달았다 해서  화재가 됐다.

맞는 말이다.

보기 안좋으면 안보면 되지 그걸 뭘 이야기를 하나  지들은  그정도 하드와 소프트도 안되는 것들이.

하긴 나도  보기 불편했다.  불편하기 보다는 눈에 익지 않았다.

내가 성에 눈을 뜨고 여자를 궁금해 할때 "플레이보이지"를 보거나" 펜트하우스"를 보면서 나름대로 궁금증을 해소해 가면서 성장 했다.

 플레이보이지 창간호에 실린 마르린몬로의  누드 사진은 나 같이 어리숙한(?) 촌놈  한테는 엉청난 충격(여자가 가슴을 내놓고 벌거 벗고 사진을 찍다니 ㅎ)을 안겨 줬다. 

삼촌이  카츄사로 군생활 하실때 구해 가지고 계셨던것을  우연히 보게 되었다.  지금은 중구 신당동이라 하지만 당시는 성동구 신당동 이었고 유명한 떡복이 골목이 생기기전에   삼촌이 사진관을 하셨는데 잠간 가게를 봐 주다가  보게 되었다.

그런류의 누드 사진을 보다가 지금 한혜진의 사진을 보니 같은 여자의몸 이라도 느낌이 전혀 달랐기 때문에  보기가 불편 했다는 이야기다.(혜진이 사진이 주가 아니기 땜시 여기서 멈추겠다)

 그러나 불편 했을뿐 여자 누드는 연식에 관계없이 언제 보아도 좋고 아름답다.

(내가 지금 사진을 찍는다고 하는데 꼭 기필코 누드사진을 찍어볼 것이다,얼굴을 붉히지 않고 ㅋ).

 

세월은 흘러 군대도 다녀 오고 결혼도 했다. 보통사람들이 하는 통과의례(?) 행사를 다하고 살았다

직장을 잡고 대전에서 근무할때였다.

 팀장이  우리 팀끼리 청양에  소풍을 갈려고  하는데 나보고 계획을 짜보라 한다.

팀원이 다섯명이라 계획이고 뭐고 할것도 없었다. 예산만 얼마 인지 알려  주면 내가 알아서 하겠다.

큰소리 치고 토요일날 청양에 와서 친구놈들 한테 자문을 구했다. 칠갑산에 있는 냉천골로 개 한마리 잡아서 가라고 한다.

다음날 일요일에 그곳을 현장 답사 하러 친구놈 하고 갔다.

칠갑산 터널을지나 1k정도 가다보면 오른쪽에 박 ** 하는 친구가 하는 식당이 있었다.

그곳에서 장소를 물어 보니 1.5k 정도 올라가면 계곡을 울창한 나무가 덮고 있어서 한 여름에도 옷벗고 목욕하기가 추울정도로 선선한 곳이 있다고 알려 준다. 그래서 냉천골이라고 한다고 친절하게 지명의 유래까지 말해준다

그날 점심은 그 식당에서 먹기로 하고 가르쳐준 길로 올라 가기 시작했다.

계곡을 따라 한참을 올라 가다 보니 친구놈이 나혼자 올라 가서 장소를 정하라고 하면서 바로 옆 개울가로 들어간다.

혼자 올라 가고 있는데 바로 앞 개울가에서 인기척이 난다. 혼자라 약간 긴장이 됐다.

소리나는 옆 계곡물 쪽을 쳐다 보았다. 깜짝놀라서 나자빠질뻔 햇다.  순간 심장이 멈췄다 . 

전혀 상상도 못했던 그림이 눈에 들어 왔다.

 벌거벗은 여자의 뒤모습 였다

울창한 나무숲이  덮어버린 계곡으로 사람이 들어 갈수 있도록 틈이  있었다.

삼십때 중반에서 사십때 초반의 여자가 "나무꾼과 선녀"의 선녀 처럼 목욕을 하다가  사람의 인기척이 나니 속옷을 급히 입을려고 하는 풍경이었다.  

하얀 삼각팬티를 급히 입다가  엉덩이에 말려서 올라 가지 못하고 두손으로 속옷을 당기려고 애쓰는 그모습이었다..

 나는 순간 멈짓하다가 못본척하고 올라 갔다. 사실은 그여자분이 서있던 것이 최상의 자리 였으나 우선 그자리를 피하는 것이 그분이나 나한테도 좋을것 같아 100여 미터를 더올라가서 멈추섰다.

그 당시는 멍하니 아무런 생각도 안났다. 다만 그 여자의 뒷모습(속옷으로 계곡을 반쯤 가린 엉덩이)이 내 머리속 깉은 곳에 선명하게 각인돼 있었다. 등허리 골짜기에 물이 흐르는 모습까지 지금으로 말하면 동영상이 찍여 있는 것이다.

바로 뒤돌아 올수가없어서 한참을 앉아 있다가 내려 왔다

계곡물 가운데에 넘적한 돌(그 여자분이 서있던 돌)에 술과 술안주를 놓을수가 있어서 안성맞춤 이었다.

나뭇잎이  하늘을 가렸고 사람이 나오고 들어 갈수 있을 정도의  출입구가 나 있었다.

나는 주안상 세팅을 머리속으로 끝내고  친구놈이 계곡물에 발을 담그고 있는 곳으로 내려 왔다.

친구에게 물어 봤다.  아래로 내려 가는 사람을 본적이 있느냐고 했더니 못봤다고 한다.

난 내가 잘못 보았나 하고 생각도 해보았다. 아니다 정확히 보았고 그 여자분이 당황해서 속옷을 올리려고 엉덩이에 묻은 물과 씨름 하고 있는것을 생생하게 보인다.

그 친구가 나에게 무슨일 있었냐고 물어 본다. 설명하기 싫었다.

아무일도 아니라고 하고  예약한 식당에서 그 친구와 함께 맥주를 마셨다.

아무래도 궁금해서 식당하는 친구에게 물어 봤다. 냉천골 올라 가는 길이 이길만 있느냐고 했더니 

계곡물 건너쪽으로 올라 가는 길이 또 있다고 한다. 일단 내가 헛것은 안본건이 확실하다

술을 먹으면서도 그 잔상이 머리를 어지럽힌다.

술맛도 나지 않고 그 친구놈 하고 대화도 자주 끊겼다.

 

그러고 그렇게 세월이 흘러 갔다.

사노요코라는 일본여자가 쓴 엣셋이 집을 읽고 있는데 르느와르의 누드화 이야기가 나온다. 욘사마 이야기도 나오고 욘사마는 내가 아는 사람이니까 확인할 필요도 없다.

고갱의 누드화나 다른 화가의 누드화은 많이 보았는데 르느와르의 누드화는 본 기억이 없어 인터셋 검색을 하엿다. 국립미술관에 르느와르 누드화가 보였다.

 그 그림을 보는 순간 먼 잊혀진 냉천골 여인의 모습이 깊숙한 곳에 숨어 있다가 불현듯 갑자기 feedback 되었다.

그 당시 내가 여자의 뒷모습을 본중에 아름답기로는 두번째 였고(첫번째는 물어보지 마라 다 알테니까!) 충격으로 받아 드리기에는 첫째 였던 것 같다.

그러타고 내가 여자 뒷나신을 두사람 것만 보았다는 것은 절대 아니다.

그럼에도 냉천골에서의 그여자의 뒷모습은 글이나 말로써 나 같은 둔재는 표현 할수가 없다. 

그 여자분의 앞모습을 보았더라면 별로 감흥이 없었을 것이다 

앞에 있는 르느와르 누드화의 허리아래 부분을 겹쳐 놓았으면 비슷한 것 같다. 

세월이 너무 흘러서 그럴는 지도 모른다 .

 그 당시 사진을 찍어 놓았더라면 하는 아쉬움도 있었지만 지금 생각해 보니 사진을 안찍은 것이 천만 다행인것 같다. 눈으로 확인 하는 것보다는 상상속으로 그리는 그림이 더 아련한것 이기 때문이다 

피천득의 수필집 "인연"에서 피천득님이 아사코를 만난 것을 후회 하는 것처럼,   그 여자분을 만나고 싶은 생각은 추호도 없다.

나는 피천득 보다 더 좋은 추억을 가졌다고 생각한다. 그가 누구 인지? 실제인지? 상상인지? 그 신비한 모습을항상 물음표로 남아 있으니 말이다

 

2019년 9월 2일 추석 전날  오전 10시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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