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천장호 가는 날!

수멍통 2025. 1. 14. 0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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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실 문을 열고 밖을 나가 보니 날씨가 제법 겨울답게  추웠다

문 밖으로 보이는 이웃집 지붕에는 하얀 싸래기 같은 눈이 파란 지붕과 묘한 대조를 이루고 있고  우리 집 마당에도 노란 잔디 위에 눈이 내려  을씨년 스런 분위기가 연출되고 있다

멀리 앞산에는 눈이 왔는지 안왔는지 모를 정도로 희뿌연 하게 보인다

밖을 쳐다보며 멍때리고 있는데  아내가 방문을 열고 거실로 나온다

"눈 왔서?"
"오긴 온 것 같은데 " 내가 말끝을 흐렸다

궁금했던지 아내가 옆으로 다가와 밖을 쳐다본다

"남양 밭에 가지 말자, 날씨가 춥고  땅이 얼어붙어 뭐 하기도 어렵겠다!"
"그럼 이 날씨에 가려고 했서?" 아내가 웃으면서 말한다

한방 먹은 기분이다

"아침 간단히 먹고 준비되는 대로 천장호 둘레길이나 걸어 볼까?"

"좋아, 내가 빨리 준비할게"
"그럴 필요 없어 천천히 하세요   점심 먹고 오려고 하니   시간은 넉넉해"

나는 요사이 아내와 대화가 정비 잘된 냇가에 물이 흐르듯 한다고 느낀다

나는 곁가지 없는 간단한 대화를 좋아한다. 그리고 많이 생략한다

말을 하는 것을 싫어하는 것이 아니라

일상생활에서 별것도 아닌 것 가지고  말씨름하는 것을 무지무지 하게  싫어한다

아내가 많이 변했다.

전에는 무엇을 하려면 부정적인 말부터 했는데  최근에는 그렇게 하지 않는다

일단 ok 한다  그리고 생각한다

 

오늘 일정을  나름대로 그려 본다

칠갑호를 보고  천장호로 갈까? 아니면 천장호를 갔다 오다가 칠갑호로 갈까???

 

천장호는 그런대로 알려져 있어 휴일에는 사람들이 많이 모여들기도 한다

출렁다리도 있고 그 호수 둘레로 산책길을 만들어 놓았다

지나가다 저 길을 한번 걸어 보자라고 생각한 것이 기억나  우선 천장호로 가기로 했다

 

누룽지(골드리트리버 이름)한테 밥을 주고 개 우리로 들여놓았다

외손녀가 이름을 지어 주었는데  강아지 때 털의 색깔 이 약간 누런 빛을 띠는 것을 보고 누룽지라 이름 지었다

이놈은 사람을 너무 좋아해서 마당에다 풀어 놓으면 지나가는 사람들한데 달려들 듯이 쫓아가 작은 담에 다리를 올려 놓고 꼬리를 흔들며 좋아 해서 모르는 사람들은 놀래는 경우가 종종 있다

내가 방으로 들어가거나 외출할 때는 꼭 누룽지를   우리에 집어넣어야 한다

 

먼저 나가  차에 시동을 걸어 차 안 온도를 올려놓았다

10여분 지나 아내가 차에 올라탔다

나는 차를 운전하면서  혹시 아내가 나를 불편하게(?) 해도  부처님처럼 온화한 미소를 짓기로 단단히 결심을 했다
물론 스트레스도 받지 않기로 했다. 무아의 경지를 경험해야겠다. 성불이 따로 있나?  이것이 성불이지!

 

전에도 그런 결심을 안 한 것은 아니지만 작은  파도에  무너지는 두꺼비 집처럼 잘 지켜지지 않아서
자책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일어나서부터 지금 까지 잘 감아놓은 연줄처럼 술술 풀렸기 때문에  더더욱 자신이 있었다

주차장으로 들어가 보니 차가 많이 주차된 있어서 자리 찾기가 쉽지 않다

이리저리 돌아 다니 다가 주차선 끝자락에 빈자리를 발견했다

주차선이 그어져 있는 곳이 아니어서 망설였지만 주차할 곳이 마땅치 않아 할수 없이 주차 했다

흔들 다리 쪽으로 내려가는데 많은 사람들이 오고 간다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사람들이 많이 있었다

 관광버스가 주차장을 꽉 메우고 , 많은 승용차들은 길가에 주차돼 있어  관광지 다운 분위기를 연출했는데 이웃 예산군 대흥 저수지에  흔들 다리가 생기는 바람에 심각한 타격을 받은 것으로 생각했는데  그런대로  명맥을 이어 가는 것처럼 보였다

전에 못 보던 조형물도 설치돼 있고 흔들다리로 가는 길 한쪽에는 공중에 그물 로 길을  설치해 놓아 나름대로 노력한  흔적이 있어 보인다
어린아이들과 여자분들이 오리처럼 뒤뚱뒤뚱 걸어가는 모습에 절로 웃음이 나왔다

나도 그물 길을 올라 가는데 안내하는 여자 분이 아는 체를 한다
 처음에는 마스크를 써서 알아 보지를 못했는데  자세히 보니 초등 동창의 부인이다

이혼했다는 소리도 들리는 등 가정생활이 순탄하지 않은 부부다

반갑게 인사를 하고 그물 길로 올라가 몇 미터 갔는데  너무 심하게 흔들려 카메라가  시설물에 부딪칠 것 같아 중단하고 내려 왔다

왜 돌아 오냐고 동창 처가 웃으며 물어 본다  난 미소지으며  카메라를 쳐다 봤다

둘레길 돌고 올 때까지 근무하고 있으면 점심이나 같이 먹자고 권할 생각을 했다

그물길 아래로 걸어가면서 그물길을 뒤뚱거리면 걸어가는 아내를 보니 내 모습이 

 줄타기를 하는 여자 곡예사를 아래에서 보조하면서 바라보는 남자 곡예사 같은 모습이  떠 울라 혼자 웃슴을 지었다
그물 길은 흔들다리 입구에서 내려 오게 되 있었다

흔들 다리 에는 많은 사람들이 오고 가고 있어서 약간 혼잡하였다 

 조심하지 않으면 부딪치는 경우가 생기기 때문에 특히 나는 카메라를 어깨에 메고 있어 흔들거리는 다리를  지나가는 사람과 부딪칠 수도 있어서 바짝 긴장하고 걸어갔다

흔들 다리를 건너가니 둘레길이 왼쪽으로 가는 길이 있고 오른쪽으로 가는 길이 있었다

왼쪽길은 산에 가려  햇빛이 쪼이지 않아 굉장히 추워 보여  햇빛이 비치는 오른쪽 길로 가기로 했다

거리도 짧은뿐더러 가파르지 않아 세상에서 가장 편한 마음 가짐으로 걸어갈 수 있었고 죽은 나무 가지들이 물 위로 올라와  원시림 같은 분위기도 풍겼고, 물고기를 잡으려고 자맥질 하는 오리들의 모습도 보였다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모습이었다

물고기와 오리는 서로의 삶을 위하여 고군분투하고 있는데  인간은 유유자적 그런 모습을 편하게 즐기고 있다.

물고기와 오리는 우리의  모습을 어떻게 생각할까?? 

생각이 아니라 그 사실을 알기라도 한 걸까?

인간도 그런 모습이 아닐까 하는 상상도 해본다

우리가 볼 수도 느낄 수도 없는 초 현실적인 형체들이  인간들의 아귀다툼 하는 모습을   인간이 오리와 물고기 관계 보듯이 하고 있는  걸까??

 머리가 혼란스러워진다. 

한 바퀴 도는 코스도 있는데 우린 그 코스로 가지 않고 오던 길로 되돌아오는 길을 선택했다

날씨가 점점 아침보다는 따뜻해졌다

젊은 부부들이 유모차에 한 아이를 태우고 또 다른 아이는 안거나 걷거니 하면서 우리 곁을 지나간다

언뜻 봐서는 쌍둥이로 보이는   어린아이들이 인형처럼 이쁘다,

시골에서 아이들 보기도 어렵고 귀여워서 아는 체를 했더니 아들만 둘이란다

남매였으면 더 좋을 뻔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걸어가다 보니 아까와 또 같은 분위기의 젊은 부부가 남자아이들 둘을 데리고 옆을 지난 간다

아이들이 하나 같이 얼굴이 발랄하고 환하고  구김살이 없다

정말로 천사가 있다면 저런 모습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해본다

전에 은행에서   지금이 살기가 얼마나 좋은 세상인데  젊은 사람들은 살기가 어렵다고 하는지 이해가 안 된다고 큰소리로 말을 하던 노인이 생각이 났다
나는 그 노인을 보면서 답답함과 한심스러움을 느꼈다

내가 그 노인 내 한테 이야기 했다

요사히 젊은 사람들은 아저씨와 저같이 에아콘도  없는 삶을 살아 보지  않았기 때문에 부채 이야기를 하면 옛날 이야기처럼 듣습니다
부채로 한 여름을 살았다고 해서 옛날 사람들이  불행하게 살았고 에어콘 켜고 사는 요사이 사람들이  행복하게 살단고 단정 할수 없는 것처럼 

 행,불행은 상대적인 것이지 절대적인 것이 아니다

인간이 사는 세상은 어디든 지 어느때 든지 행복과 불행은 쌍곡선처럼 계속 반복된다
행복 있기 때문에 불행도 있고 , 불행이 있기 때문에 행복도 건재한것이다

천국에 가면 행복하다고 하는데 과연 그것이 행복할까???  사기 치는것 같다

돌아오면서 친구 부인이 지금도 근무하고 있는지 둘레둘레 찾아보았는데 안 보인다

목에 안내 명찰을 단  다른 부인들도 보이지 않는다

근무 시간이 끝나서  퇴근한 것 같다

같이 점심을 하자고 미리 이야기를  할 것 하는 아쉬움이 짙게 남는다

그건 내 생각이고 그 친구 부인 입장에서 보면 나와 아내와 같이 점심 먹는 것이 부담스러웠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모든 배려와 친절은  내가 좋아서 하는 것보다는 상대방의 입장에서 상대방이 좋아하는 것을 해야 한다고는 알지만

그것이 현실에서는 바로 적용 되지 않는다. 

나 같이 보통 사람들은  자기 입장에서 남을 생각하는 습관이 깊게 박혀 있기 때문이다

주차장 쪽으로 올라가니 몇 개의 식당이 모여 있는 곳이 보인다

무엇을 먹을까 고민했는데 간판에 있는 메뉴를 보니 다 엇비슷하다

어디로 갈까 망설이고 있는데  안쪽에 있는 식당주인 인듯한 아주머니가 문을 열고 우리 쪽을 쳐다보더니 식당으로 들어오라고 한다

기왕이면 오라는 곳으로 가자 하고 아내와 함께 그 식당으로 들어갔다

바로 손님이 나간 듯 식탁에는  치우지를 않은 그릇들이 있어  한쪽 구석에 남아 있는 식탁에 앉았다

10여 명 정도 단체 손님을 받은 것 같다

그 주인이 주문을 받으러 오면서 대전에서 온 어른들의 단체 손님을 받았다 한다

우리가 첫 손님이면 어쩌나 하는  걱정도 했는데 다행이었다

아내가 주인아주머니를 어디선가 본듯하다고 하면서 어디서 사시냐고 했더니 청양 읍내에서 살았다고 한다

다시 한번 확인해 보니 우리가 살고 잇는 곳에서 가까운 곳이다   한 동내인 것이다

지금은 어디서 사는지 말을 하지 않는다

무슨 말 못 한 사정이 있는듯하다

그래서 말을 돌렸다.

장사는 잘 되냐고 했더니  한숨만 쉰다. 

하긴 이 식당에 나와 처 둘이 앉아 있는데 물어보다 마나 한 이야기를 한 것 같다

간단한 몇 가지 음식과 막걸리를 시켜서 먹었다

내 능력껏 매상을 올려 주었다

그러나 그것은 조족지혈이다

하여튼 모든 사람들이 사업이 잘돼서 편안한 삶을 살았으면 하는 바람을 하면서

가볍지 않은 발걸음으로 식당에서 나왔다

다행인 것 은 아침 출발 할 때 한 약속을 완벽하게 지켰다는 것이다

내가 대견하고 자랑스럽게 아내가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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