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버킷리스트(1)

수멍통 2024. 1. 14. 0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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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2021. 버킷 리스트 열두 번 중 첫 번째로 태안에 있는 이용복 카페에 가서 점심을 먹고 만리포 등 그 주변을 다니기로 한날이다.

아침 9시 반에 출발하기로 했다.

난 처하고 외출을 할 때 먼저 나가서 집에서 준비하고 있는 처를 불편하게 하는 일이 종종 있었다.

물론 처의 잘못도 있지만(출발 시간을 미리 정하지만 그 시간에 출발하는 일은 거의 없다 .)나의 잘못이 더 크다.

시간 정해진 버스 타는 것도 아니고 도착시간이 정해진 것도 아닌데 , 늦어봤자 10분인걸, 그걸 참지 못해서 짜증을 내고 처를 속상하게 했다

지나고 나면 왜 그랬을까 자책을 하고 후회를 한다.

바보의 연속행진이다..

모든 일이 옮고 그른 것을 따질 수도 없지만, 혹시 따질 수 있다고 해도 그른 행동이 꼭 불편을 동반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최근에 깨달았다(이걸 터득하는데 많은 시간).

불편을 표현하다 보면 나 또한 기분이 좋지를 않아 외출 내내 어색한 경우도 있었다.

올해부터는 그런 憂를 범하지 않기로 하고  나도 게으름을 펴기로 했다.

출발할 시간에 맞춰 빠듯하게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10분 전에 이층으로 올라가서 세수도 하고 옷도 갈아입는 등 출발 시간에  늦게 내려 왔다

나는 좋게 이야기하면 준비성이 있고  나쁘게 이야기 하면 성질이 급한 것이다..

이 준비성(?)때문에 좀 억울한 경우가 많이 있다. 난 누구를 기다리게 해 본 기억이 없다

이건 정말이다.(김대중이가 한말대로 거짓말한것이 아니고 약속을 못지켯다 와 같은 논리).

연애할 때도 마찬가지였다. 최소한 10분 전에는 도착해야 마음이 편하다. 기다리는 것이 생활화 됐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병원에. 예약을 해서 갈 때도 항상 한참 전에 도착한다. 10분만 늦게 나와야지 생각하지만 그 상황이 되면 조바심이 나서 또 일찍 나온다. 救濟 不能이다

전에는 기다리는 시간에 砂上樓閣을 지었는데 휴대폰이 일상화된 부터는 시간 낭비는 하지 않아서 좋다

스티브쟙스와 삼성에게 고마움을 표한다

처가 화장대에 앉아 있었다.

"나 먼저 나가 있을게 천천히 준비하고 나올 때 땅콩 좀 가지고 오셔" 내가 나한테 말하는 것처럼 이야기하고 나왔다

여기의 포인트는 땅콩이다. 혹시 늦게 나오더라도 나를 위해 땅콩을 준비하느라고 늦었을 거라는 나름의 逃走路를 만들어 놨다.

내비게이션에 도착지를 입력하면서 시간을 보니 5분 정도 출발시간이 지났다.

전 같았으면 마음의 동요가 일어나기  시작했을 텐데 오늘은 내 마음 분위기가 별 흔들림 없이 잔잔한 호수 같다

내비게이션에 예상 도착시간과 코스를 탐사하고 있는데 조수 쪽 문이 움직인다

깜짝 놀랐다.

처가 집에서 나오는 것도 몰랐다. 일단 출발은 大 성공이다.

아무런 심적 출렁임 없이 마음 편하게 자동차 액셀을 밟을 수가 있었다.

도착 예정 시간을 보니 11시 30분이었다.

차가 시내를 벗어나면서 처한테 오늘 일정에 대해서 이야기했다

"태안 신두리 사구에 가서 사진 찍고 이용복 카페에서 점심을 먹고 오후 3시에 봄이가 좋아하는 쥐라기 공룡박물관에서 초롱이와 만나기로 했어"

" 잘 모시세요" 처가 대답한다 대답 점수는 80점이다. 이 정도면은 양호한 점수다

(내가 원하는 100점 점수는 "오늘은 날씨도 좋고 신나는 하루가 되겠네요" 다, 이것은 시나리오에 나오는 불륜여의 멘트지,  본처 하고 나누는 대사는 아닐지 라도 언제 가는 희곡 대사 같은 답이 나오길 기대해 본다. 가능성이 보인다)

무심결에 라디 오을 돌렸다.

산울림의 김창완이가 진행하는 라디오 방송이 잡혔다

김창완 특유의 어눌하면서 다정하고 포근하게 속삭이는 듯한 목소리로 사연을 소개해 준다

남편을 너무 일찍 갑자기 사별한 여자의 사연이다.

보통 여자들이 아무 생각 없이 남편 하게 하는 패악질(?) 영순위 이야기다 (난 아직도 이런 여자들의 심리상태를 이해 안 한다)

남편이 추운 겨울날 부인 코트를 사 왔는데 고맙다는 말을 못 하고 짜증을 부렸다는 이야기다.

고맙다고 말하기가 뭐 그리 어려웠는지 후회가 막심하다고 한다

보통 맛 간(?) 여자들이(?) 하는 최고의 허튼짓이다..

갑자기 이별을 할 줄 알았더라면 다정히 고맙다는 말을 했어야 했는데 하지 못한 것이 지금은 한이 된다는 말이다.

아!

순간 가슴이 뻥 뚫리는 것 같다

캄캄한 여름밤에  번개 치는 것처럼 환하고 짜릿하게 머릿속을 강타해 버린다

갑자기 찾아온 이별?

갑자기를 누가 알겠는가? 아무도 모른다. 교주인 나도 모른다

인간은 아무리 잘한다 해도 지나고 보면 후회를 한다.

 생각하기 나름에 후회의 강도를 줄일 수는 있다.

아무리 생각해도 그것이 최선의 방법이었다고 ,생각이 드는 후회는 얼마 듣지 해도 된다

왜? 건전한 후회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후회를 덜할 수 있는 길이 수없이 많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만의 안위를 위해 선택했다면 했다면 그 사람은 미래에 그런 상황을 또 부닥쳐도 또 같은 선택을 할 것이다,,

왜냐하면 깊은 생각 없이 순간적인 편리함으로  선택했기 때문이다

(난 어떤 경우도 고민은 하지 않는다. 다만 생각을 할 뿐이다. 고민이란 단어 자체가 풍기는 의미가 부정적이고 과거형이다. 생각은 긍정적이고 미래 지향적이다)

나도 가끔 친구들이 처와 어디 가느냐고 물어보면 이별 여행을 간다고 했다.

그 말은 별생각 없이 한 말이었다.

김창완이가 읽어주는 사연을 들으면서 눈앞이 환하게 밝아졌다..

이것이 佛家에서 이야기하는 돈오돈수(頓悟頓修)다

내일로 미루지 말고 하루하루를 이분과 후회 없이 보낼 때 아니 후회를 최소화할 때 갑작스러운 이별을 대비하는 최고의 대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것이 안되면 존재의 가치가 근본적으로 흔들리는 것이라는 생각을 가지게 되었다

내가 드디어 말로만 교주가 아니라 돈오돈수 하여 진정한 교주가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ㅎㅎㅎ

간단한 진리를 ,아무나 할 수 있는 생각을, 나만의 것으로 소중히 간직하고 세상을 쳐다보니 방금 전의 해와 해변이 손바닥을 뒤집은 것처럼 다르게 보인다.

바닷가에 모래 언덕이 있다는 해안사구 주차장에 도착했다. 네비의 이쁜 여자가 말한다

"도착지까지1시간 40분 걸렸습니다"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시간에 나의 우주을 내 것으로 만들었다

재촉함도 없이 카메라 삼각대를 메고 차에서 내리는데 처가 커피 한잔 하자고 한다.

차창 밖에서 커피를 종이컵에 받았다

"먼저 가서 삼각대 세팅 하고 있을 테니 천천히 커피 마시고 오세요"

와! 내가 이야기해놓고 놀랐다.

이런 엄청나게 좋은 말이 있는데.... 새삼.... 세종대왕이 좋아지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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