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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산 선생을 처음 만낫을때의 일이다.
선생이 잠깐 방에서 나가신 틈을 타서 선생의 모자를 써보고 나는 대단히 기뻣다.
그후 어느날 나는 선생이 짚으시던 단장과 거의 비슷한 것을 살수 있었다.
어떤 친구를 보고 선생이 주신것이라고 뽐냇더니 그는 애원하던 끝에 한턱을 단단히 내고 그 단장을 가져갔다. 생각하면 지금도 꺼름찍 할때가 있다.
그러나 다시 생각하면 그친구로 하여금 그 단장을 잃어 버릴때까지 수년가 무한한 기쁨을 누리게 하였으니 나는 그에게 큰 은혜를 베품 셈이다
몇해전 영국 대사의 초대에서 돌아와 보니 서영이가 달려들면서 내손을 잡고 흔든다.
왜그러냐고 물었더니 서영이 말이 대사 부인은 엘리자베스여왕과 악수를 하였을 터이니 그손과 악수를 한 아빠손을 잡고 흔들면 여왕과 악수를 한것이 된다는 것이다
예전우리나라 예법으로는 임금이 잡으신 손은 아무도 다치지 못하도록 비단으로 감고 다녔다고 한다.
그 존귀한 손의 소유자는 일생을 손이 하나 없는 불구자 같이 살면서도 늘 행복을 느켯으리라, 잘못 역적으로 몰려 잡혀갈때라도 형조관헌들도 그 손만은 건드리지 못하였을 터이니그는 잡혀 가면서도 자못 황은이 망극 하였을 것이다
옛날 왕의 이야기가 나왔으니 말이지 , 어떤 영국 사람이 자기 선조가 영굴 왕 헨리 6세의 지팡이에 맞아 머리가 깨진 것을 자랑삼아 써놓은 글을 읽은 적이 있다
바이런이 영국 사교계의 우상이었을때 사람들은 바이런과 같이 옷을입고 바이런 같이 머리를 깍고 바이런 같은 웃음을 웃고 걸음 걸이도 바이런 같이 걸었다.
그런데 바이런은 약간 절름발이였다
내가 더 젊었을때 잉글리드버그만이 필립모리스를 핀단는 기사를 읽고 담배 피지 않는 내가 모리스를 핀다는 기사를 읽고 모리스 한갑을 피원본일이 있다.
이십센트로 같은 순간에 같은 기쁨을 가졋던 것이다.
담배와 술 그리고 화장품 까지에도 관록이 붙는다.
웰링턴이 다닌 이튼학교, 글새드스턴이 앉아서 공부하던 책상, 이런 것들의 서광은 찬란하고 또한 당연한 것이다.
미국 보스톤 가까이에 있는 케이브리지라는 도시에 롱펠로의 촌 대장장이 라는 시로 유명해진 큰 밤나무가 하나서 있었다. 이나무가 도시계획에 걸려 물의를 일으킨 일이 있었다
신문사설에까지 대립되는 논쟁이 벌어졌으나 마침내 그 밤나무는 희생이 되고 말았다.
소학교 학생들은 1세트씩 돈을 모아 그밤나무로 안락의자를 만들어 롱팰로우에게 선사 하였다.
시인은 가고 의자만이 지금도 그가 살고있던 집에 놓여 있다. 나는 잠간 그의자에 앉아 보앗다. 그리고 누가 보지 않았나 하고 둘러 보았다.
얼마전 일이다. 어떤 친구가 길에서 나를 붙잡고 박사장하고 사돈이 되게 됐내 하고 자랑을 한다.
그것도 그럴것이다. 그것도 그럴것이 해방전에 박사장하고 저녁을 먹은것을 두고두고 이야기하던 그가 아니었던가(박사장은 라듸오 드라마에 나오는 흔한 사장이 아니다)
하물며 수양대군파라든지 또는 송우암의 몇대 손이라든지 이런것을 따지는 명문거족의 족보는 이 얼마나 귀중한 문서랴? 양반이 아니라서 그런지 우리집에는 족보가 없다.
이것이 나를 슬프게 하는 것들의 하나다.
하버드 대학에는 로링스라는 키츠학자로 유명한 교수가 있었다.
스물여섯에 죽은 시인을 연구하느라고 칠십평생을 다보내고 아직도 숨을 헐떡이면서 (엔디미온)을 강의하고 있었다.
그는 천재에 부딪치는 환희를 즐기는 모양이었다.
로링스 교수뿐이랴. 수많은 세익스피어 학자들,비평가들은 자기들이 저 위대한 시인과 가까운 거리에 놓여있는줄 알고 있는것이다.
보즈웰이(존슨전기)로 영문학사에 영구한 자리에 차지하고 있는것은 다행한 예라고 하겠다.
끝으로 나는 1954년 크리스마스 이브를 프로스트와 같이 보내고 헤어질때 그가 나를 켜안았다는 말을 아니할수 없다.
나는 범속한 사람이기 때문에 달이 태양의 빛을 받아 비치듯, 이탈리아의 플로렌스가 아테네의 문화를 받아 빛낫듯이 남의 광영을 힘입어 영광을 맛보는 것을 반사적 광영이라고 한다.
사람은 저잘난맛에 산다고지만, 사실은 대부분의 사람들은 남 잘난맛에 사는 것이다.
이 반사적 광영이 없다면 사는 기쁨은 절반이나 감소될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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