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층에서 올라오는 발자국 소리가 들린다
뒤를 쳐다보니 솔이가 서울올림픽 100m 결승선을 1등으로 통과한 그리피스 조이너 처럼 양팔을 벌리며 달려온다
"할아버지 식사하세요?" 응 그래 내려가자
"엄마가 코로나에 안 걸렸대요?" 솔이가 웃음 가득한 얼굴로 내 귀에 속삭인다(whisper)
"그래 솔이는 참 좋겠다 오늘부터 엄마하고 자서?"
"네" 조수미급 옥타브로 대답을 한다
아래층으로 내 손을 잡고 내려간다
주방에서 아침상을 차리는 할머니한테 ,
"할머니, 저와 봄이 데리고 자서 감사합니다" 백화점 안내 아가씨처럼 두 손을 앞으로 가지런히 모으고 인사를 한다.
그 순간 할머니의 얼굴에 기쁨과 놀라움이 오버랩되어 마당에 심어놓은 해바라기처럼 얼굴 주변에 후광이 비친다
할머니의 웃음에 비교하면 모나리자의 미소는 미소도 아니다.
딸애 직장에 코로나 환자가 발생하여 같은 공간에 있었던 딸애도 검진을 받았는데 다행히 음성으로 나왔다
잠복기 때문에 2주 동안 자가 격리 생활을 했다.(자가격리는 집에서 했다. 딸애는 방에서 창살 없는 감옥)
엄마와 같이 잠을 잘 수가 없기 때문에 할머니가 데리고 같이 잤다
어제 격리 해제를 앞두고 검사를 했는데 오늘 아침에 음성으로 나왔다는 소식을 엄마와 할머니한테 듣고 고맙다는 인사를 하는 것이다
5살먹은 어린이한테 어떠게 저런 말과 행동이 나올까?
(더욱 놀라운 것은 5살 먹은 첫째는 물론이고 2돌 갓 넘긴 둘째도 코로나에 대해서 잘 알고 있는 듯, 첫날부터 할머니하고 자는 것이 당연한 걸로 알고 있었다. 유치원과 어린이집도 당연히 안가는 걸로 안다. 떼쓰거나 어른 들을 불편하게 하지 않았다. 정말 신기했다)
며칠 전에 이런 일도 있었다.
날씨가 너무 좋아 마당에서 커피 한잔 하려고 커피를 가질러 주방으로 들어 가는데 거실에서 솔이가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솔이 공부하고 있네? 하고 내가 말을 걸자
" 할아버지, 공부는 아니고 그림 그리고 있어요" 하고 대답을 한다
"솔아 그림 그리는 것도 그림 공부라고 하는 거야!" 그랬더니
이 아이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서더니 나한테 인사를 한다
"할아버지, 가르쳐줘서 고맙습니다!"
난 아무 말도 못 하고 우두커니 서 있었다. 할 말을 잊었다.
내가 상상도 하지 못한 대답이었다
커피잔을 들고 호두나무 아래 의자에 앉아서 생각해 보았다
{어디서 저런 행동과 말을 배웠을까?}
유치원이나 부모 한테서 배웠을까?
그런 류의 교육은 받았을 수는 있어도 구체적으로 이런 상황에서 이렇게 해야 한다고 가르치지는 않았을 것이다.
혹시 그렇게 가르쳤다고 해도 저렇게 자연스럽게 실행할 수 있을까?
아닐 것 같다!
그럼 어디서 배웠을까? 배우지 않고 솔이 스스로 했다고는 믿기도 어렵고 불가능하다
어디서 보았을 것이다
나는 그것을 솔이가 좋아하는 ebs어린이 방송이나 어린이 유튜브 방송에서 보았을 것이라 짐작해 본다
나도 가끔 교육방송이나 유튜브를 보면은 정말로 아이들이 폭 빠질 수 있게끔 잘 만들었다고 감탄을 한다
재미와 교육을 절묘하게 혼합시켜서 보는 자체가 놀이이고 교육이다.
우리가 애들 키울 때만 해도 놀이와 교육은 따로 해야 하는 것처럼 알았다.
시간표를 작성할때 노는 시간하고 공부하는 시간을 따로 구분해 놓았다
다른 애들도 마찬 가지 겠지만 솔이도 이런 프로그램 보는 것을 좋아한다.
이런 프로그램에서 본 상황을 현실 상황에 맞게 적응해서 표현하는 것 같다.
사실 이게 단순히 배우거나 알아서 되는 일이 아니다.
아무리 좋은 것을 배우고 알아도 현실 생활에 적용하지 못한 다면 괜한 시간과 돈을 낭비하는 결과가 생기는 것이다
성인어른 들은 특히 더하지만 아는 것 하고 행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군자의 최대 덕목은 지행합일이다. 알면 행동도 같아야 한다는 뜻이다.
알기만 하고 행하지 않음은 일반 소인들의 하는 짓이라고 유학에서는 이야기한다
최근 정치 상황이나 사회문제를 일으키는 사람들을 보면 지행합일 이 잘 안되는 것 같다
남 한테는 지행합일을 요구 하면서 정작 본인의 일에 대해서는 합리화 시키느라고 모든 괘변을 늘어 놓는다
참 역겹고 , 안쓰럽고,불쌍해 보인다.
사회적으로 성공했다는 사람들의 언행이다, 성공이라는 사전적 정의를 새로 써야 될것 같다
우리 손녀가 사회적으로 성공(?)하는 것보다는 인간적으로 성공하기를 바란다.
나를 가장 소중히 여기는 사람이 되었으면 한다. 우주의 근본은 나라는 것을 잊지 말았으면 한다
솔이는 알거나 배운 것을 일반 생활에 적응하는 능력이 뛰어난 것 같다
이런 생활 태도를 나이가 먹어도 견지할 수 있도록 다소 미약한 힘이나마 보탬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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