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남자(男子)는 다 어디로 갔는가… "남자들이여, 철의 여인처럼 살아라"
하버드大의 나쁜 남자, 81세 맨스필드 교수 '도발적인 男子論' www.band.us/@gabbu
지난 50년간 가장 남자다운 리더?
마거릿 대처… 어떤 남성도 그녀 못따라가
'초식남(草食男), 그루밍족(미용에 아낌없이 투자하는 남자), 꽃중년….'
요즘 이런 남성들이 대세다. 아니면 TV 연예 프로그램의 캐릭터들처럼 망가지기라도 해야 한다.
반대로 여성은 어떤가? 남성복 광고 모델로 짧은 머리에 날카로운 눈매를 가진 여성들이 선호되고 있다. 여성이 남성화되고, 남성은 여성화되고 있다. 이른바 성(性) 중립 사회다.
그런데 '남자다움에 관하여(Manliness)'란 책의 저자인 하비 맨스필드(Mansfield·81) 하버드대 정치학과 교수는 이렇게 외친다.
"초식남은 사회의 리더가 될 수 없습니다! 왜 그런지 아세요? 초식남은 시대의 여론에 대해 강력하게 반대할 수 있는 담대함이 없거든요."
그는 우리 시대 남성들이 남자다움을 회복해야 한다고 경고한다. "남자다움이란 위험을 감수하고, 변화의 시류에 휩쓸려 가지 않으며, 누가 뭐래도 강단 있게 반대의 목소리를 낼 줄 아는 사람입니다. 그런데 요즘 남성들은 스스로를 섬세하고 부드러운 여성처럼 생각합니다. 하지만 남성은 여성과 똑같지 않습니다. 남자는 남자답고, 여자는 여자다워야 합니다!"
그는 50년 이상 하버드대 강단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며 프랜시스 후쿠야마, 윌리엄 크리스톨 등 제자들을 배출해낸 미국 보수주의의 사상적 기둥이다. 그는 2006년 '남자다움에 관하여'란 책을 낸 뒤 미국 페미니스트 단체와 언론의 거센 저항에 직면했다. 뉴욕타임스는 "지구 밖 은하계에 망원경을 갖다대고 있다"라고 혹평했다.
Weekly BIZ는 맨스필드 교수를 만나 '남자다움'에 대한 그의 도발적인 생각을 직접 들어봤다. 공교롭게도 그를 만난 날은 미국의 '현충일' 격인 지난달 27일 메모리얼 데이(Memorial day)였다. 그는 "젊은 시절 2년간 군에 있었는데 남자다웠던 그 시절이 내 심장이 살아있음을 깨달았던 날"이라고 말하며 웃었다. 그는 갈색 체크무늬 넥타이, 하늘색 남방과 캐러멜색 구두 차림이었고, 패션 감각이 살아있는 노(老)신사였다. 그와 하버드대 연구실에서 마주 앉았다.
남자다움의 첫 단계는 "노"라고 말하는 것
―책을 쓰면서 비판을 많이 받으셨는데.
"사서 비판받은 셈이죠. 하지만 제 얼굴은 두껍습니다(웃음). 사실 저에겐 남자다움이란 책을 쓴 일 자체가 남자다운 일이었습니다. '남자다움(manliness)'이란 영어 단어는 더는 쓰이지 않고 있었습니다. 남자다움에 대한 연구도 없어요. '남성미(masculinity)'에 대한 연구는 있었지만, 그건 남자로 태어나면 누구나 가지는 것입니다. 그러나 진짜 남자다움은 소수의 남성에게 해당합니다. 남자다운 남자는 남자답지 못한 남자를 내려다보거든요(웃음)."
―그렇다면 남자다움이란 무엇입니까?
"남자다움의 근간은 고대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 시절에 통용된 개념인 '두모스(thumos)'입니다. 그건 남자의 영혼에 있는 용맹함을 의미합니다.
남자다움엔 세 단계가 있어요. 가장 낮은 단계는 저항입니다. "노(No!)"라고 말하는 겁니다. 특히 누군가 당신에게 이익을 가져다준다고 해도, 그것이 부당한 것일 때 가차 없이 "노"라고 하는 거죠. 여성은 현실적이라서 뭔가 나에게 이득이 되면 받아들이기 쉽죠.
그다음 단계는 어떤 상황에 부닥쳐 무언가 행동이 필요할 때, 그런데 주위의 누구도 행동하지 않을 때, 당신이 의자를 박차고 행동에 나서는 것입니다. 뭔가를 반드시 내가 이뤄야 한다는 아름다움, 그게 남자다움이죠. 중요한 위치에서 위험을 지고 실패할 각오를 하겠다는 겁니다.
최상위 단계는 매우 철학적 남자다움입니다. 그건 많은 사람의 이야기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고 반론을 펴는 일입니다. 여기엔 큰 용기가 필요합니다. 그리스 말로 '용기'를 나타내는 '안드레이아(andreia)'는 '남자다움'과 의미가 같아요. 그 용기는 두려움을 통제하는 미덕입니다. 두려움을 떨치고 일어서는 게 남자입니다. 남자다운 남자는 신념이 있고, 독립성을 유지하며, 자신의 임무에 대해 명확한 지식을 갖고 있습니다.
남자다운 남자는 보험회사가 하는 것처럼 위험을 계산하지 않습니다. 실제 거대한 일에서 위험을 무릅쓰는 사람들 덕분에 나머지 사람들이 큰 혜택을 입습니다. 위험을 무릅쓰는 사람들이 인간의 자유를 대표합니다."
―남자다움은 '마초'와는 어떻게 다릅니까?
"마초는 남자다움의 낮은 레벨입니다. 범죄자가 매우 남자다워 보일 때도 있죠. 마초는 떠벌리고, 뽐내고, 상대에게 상처도 가할 수 있는 사람입니다. 반면 신사(gentleman)의 경우 남자다움에 훨씬 가깝습니다. 신사는 약자를 약탈하지 않습니다. 특히 여자를요. 신사는 위엄이 있습니다. 표현하지 않으면서도 표현합니다. 자랑하고 떠벌리거나 오버하지 않으면서 스스로 통제 가능하다는 것을 입증합니다."
남자다움이 사라진 이유
―남자다움이 상실된 이유가 무엇입니까?
"첫째는 페미니즘의 영향입니다. 그들은 남성과 여성이 똑같고, 중요한 차이가 없다고 주장하죠. '성 중립 사회'란 개념도 만들었죠. 인간의 역할이나 해야 할 일 등에 있어 성은 무관하다는 입장입니다.
부모를 예로 들까요? '어머니의 역할(mothering)'이나 '아버지의 역할(fathering)' 같은 말이 사라졌습니다. 그걸 똑같이 '육아법(parenting)'이라고 부르죠. 아버지는 권위를 내세우지 말고 부드러워야 하고, 엄마도 남자의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가르치면서 남성과 여성의 구분이 모호해졌습니다.
둘째 전문성이 커졌기 때문입니다.50년 전 군에 있을 때, 군인은 남자다움을 표현하는 직업이었습니다. '전쟁에서 도망치지 마라' 같은 개념이 있었죠. 그러나 요즘은 군의 규칙을 따르고, 매뉴얼을 따르면 직업군인이 됩니다. 여성도 규칙을 잘 따르면 직업군인이 되는 세상이 됐습니다.
셋째 '부르주아' 개념의 발전이죠. 누구든 상업에 관심이 있으면 거래에 관심이 생기는데, 거래가 늘어나면서 근본적으로 인간 자체에 내재된 가치보다도 가격을 매겨 거래하는 행위를 더 중시하게 됐어요. 그런데 남자다운 남성은 절대 내놓으면 안 되는 게 있습니다. 위엄은 절대 거래로 사고팔 수 없습니다."
남자다운 리더들
―책에서 존 웨인, 루스벨트 전 대통령 등을 남자다운 인물로 묘사했는데 누가 가장 남자답나요?
"대중적인 인물로는 카우보이인 존 웨인이죠. 그가 나온 '역마차'란 영화에서 존 웨인은 결혼을 할지 자신을 필요로 하는 임무를 맡을지 갈등하고, '추적자'에선 남자다운 독립성과 통솔력을 관찰할 수 있습니다.
철학적인 인물로는 소크라테스가 정말 남자답죠. 소크라테스는 상상을 초월하는 생각을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습니다. 진정 생각한다는 건, 모두가 믿는 통념을 검증하고 필요할 때 뒤집으며 자신만의 뚜렷한 생각을 내는 행위거든요. 테디 루스벨트 전 미국 대통령의 남자다움도 배울 만합니다. 1897년 해군 차관보 직을 사퇴하고 국경 의용대를 조직해 스페인 전쟁에 나섰죠. 스페인과 쿠바 연합군을 격파했지만, 그는 미국 의회에서 주는 명예훈장을 고사했습니다. 그 정도의 일이 아니었다고 믿었기 때문입니다."
맨스필드 교수에게 지난 50년간 가장 남자다운 리더가 누구였나 물어봤더니 정말 의외의 대답이 나왔다.
"마거릿 대처입니다. 대처는 시종일관 자신을 밀어붙인 보기 드문 인물로, 그 어떤 남성 리더도 대처를 못 따라갔어요. 남성들이 지배해 온 과거에 대처는 극히 드문 케이스입니다.
하버드대가 가장 위대했던 대처에게 명예 박사 학위를 주지 못한 게 아쉽습니다. 그에 비하면 오바마는 정말 아닙니다(웃음). 오바마는 감각적인 남자다움의 소유자입니다. 여성을 잘 이해하는 감각이 있다는 겁니다. 하지만 그뿐이에요. 요즘은 독일 메르켈 총리가 뭇 남성을 압도하는 상황입니다."
―반대로 남자다움을 잃은 리더는 누구일까요?
"북한의 리더들입니다. 남자다운 것 같지만, 제가 보기엔 그냥 로봇이에요. 그냥 북한 구조에서 필요한 리더의 요구 사항을 발휘할 뿐입니다. 국제사회에 협박해야만 존재를 입증한다는 방식인데, 극도로 약한 남자다움입니다. 리더 개인의 가슴 깊숙한 곳에서 나오는 뜨거움은 없다는 것입니다.
지난 3월 세상을 떠난 베네수엘라의 우고 차베스 전 대통령도 그렇습니다. 그는 대중적으로 인기가 많았는데, 나라를 통합하고 민주화할 수 있었지만, 그는 그냥 자신의 권위만 지켰고, 나라가 기울어졌어요. 쿠바의 피델 카스트로도 그렇습니다. 그러므로 남자다움은 객관적으로 실천해야 합니다."
―대기업에서 일하는 서른 살짜리 직원이 있다고 칩시다. 아직 젊은데도 새로운 리스크를 지지 않으려 하고, 큰일 없이 은퇴해 연금을 받아 살려고 하는데 이런 상황에 대해선 어떻게 보십니까?
"모든 남자가 다 남자다운 건 아닙니다. 사실 많은 남성이 안정적 삶을 추구합니다. 모두가 탁월할 필요는 없어요. 하지만 하버드는 모두가 탁월하길 원하는 곳입니다. 그래서 하버드대는 민주사회의 모델이 될 수 없어요."
―리더가 남자다우면서도 욕먹지 않고 조직을 이끌 수 있을까요?
"사실 그러긴 어려워요. 2차 세계대전 때 패튼 장군이란 리더가 있었는데, 주변 사람들은 그와 같이 일하기 어려웠어요. 너무 남자다워 총사령관은 못됐어요. 총사령관은 아이젠하워 전 대통령이었습니다. 그는 스스로를 통제할 수 있는 인물이었거든요."
남자다움과 여자다움
―많은 사람이 교수님을 '빅토리아 시대에 사는 인물'이라고 합니다. 변화를 읽지 못한다는 비판에 대해 뭐라고 답변하실 수 있습니까?
"당연히 변화를 인지했으니까 책을 쓴 것이죠(웃음). 빅토리아 시대는 미국과 영국에서 매우 과장된 남자다움을 내세웠던 시대였어요. 헤밍웨이, 키플링이 탄생했고, '타잔'이란 책이 나왔습니다. 그때로 되돌아갈 필요는 없습니다. 다만, 그 시대에 숭고한 가치가 여전히 지금 시대에도 숭고하고 가치가 있다는 겁니다."
―남자다움이 있으면 여자다움도 있어야 하는 것 아닌가요?
"맞습니다. 어떤 여자분이 여자다움의 개념을 만들었으면 좋겠습니다(웃음).여성도 여성으로 자부심 있는 것, 그것을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요즘 여성들은 그게 아니라 남자들이 좋아하고 잘하는 걸 배우고 있거든요. 또 남자다움에 대해서도여성이 먼저 인정했으면 좋겠습니다."
―사람들이 남자다운 리더십에 너무 지쳤기 때문에 여성적인 리더십이 뜨고 있는 것 아닙니까?
"어느 정도까진 사실이라고 봅니다. 여성은 남성보다 간접적입니다. 야망이 간접적으로 표현되죠. 그리고 여성에게도 두모스가 있습니다. 요즘 정말 수많은 자기계발서에서 여성적 리더십을 주제로 다루고 있어요. 하지만 제 생각에 여성적 리더십은 어느 정도 만들어진 측면도 있다고 봅니다."
―교수님은 여성이 남성보다 순발력, 적응력이 뛰어나다고 했습니다. 언젠가 여성 중심 사회가 될 수도 있지 않을까요?
"아니요. 여성은 여전히 남성에게 의존할 겁니다. 여성 CEO가 필요하다고 해도, 한편으로 여성적인 남성 CEO가 많아질 거예요. 결국 당신의 국가, 공동체를 보호하려면 남자다움의 정신이 있어야 한다는 겁니다."
―교수님은 많은 비판을 받아왔습니다. 비판에 대응하는 자신만의 원칙이 있습니까?
"제가 용납받거나, 아니면 받아들여지지 않더라도 비판받았다는 이유만으로 화를 내진 않았습니다. 그냥 교실의 제자들처럼 그들을 대했죠. 반대가 있어도, 내가 인정할 만한 일리 있는 부분이 반드시 있다는 걸 믿었죠. 나에 대한 비판에 대한 이론적 전제를 인정해주는 것이죠. 물론 그것이 반대론자들을 더욱 열 받게 할 때도 있습니다(웃음). 비판을 받으면 하루나 이틀을 기다리는 게 제 원칙이에요. 이를테면 다음 날 전화하겠다고 하는 거죠. 중요한 건 상대방보다 나의 화부터 진정시켜야 한다는 겁니다. 마음에 드는 생각을 즉각 이야기하는 것만큼 해로운 게 없습니다. 때론 그렇게 해야 하지만 대개는 그런 상황은 피해야 합니다."
(15. 10.6)
글 _ 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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