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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첫눈이 내렸다
서울과 경기지역은 첫눈이 폭설처럼 내려 아침 출근길에 많은 혼잡을 일으킨 것 같은데 이곳 청양은 하늘이 흐렸다 갰다를 반복하고 바람만 심하게 분다
나는 첫눈 오기를 기다리며 이웃집 지붕을 쳐다보기도 하고 하늘은 쳐다보기도 한다
눈길이 머무는 곳을 보니 베란다 화분에 심어 놓은 목화가 서리를 맞아 누렇게 죽어 가고 있고 그 사이에 하얀 목화꽃이 강한 바람에 흔들리는 것이 오헨리의 마지막 잎새 처럼 위태롭게 보인다
한 달 전만 해도 하얀 목화꽃이 눈송이처럼 줄기에 당당하고 힘차게 맺혀 있었는데......
옆의 나무 화분위에는 겨울에 피는 꽃이란 구근을 구입해서 심어 놨는데 파란 줄기에 연보라 꽃이 조금 만하게 피어 나고 있었다
모든 생물의 삶 주기가 인간과 별차이가 없다는 생각이 스친다
시꺼먼 구름이 몰려와 금방 함박눈이 내릴 것 같다가도 바람이 쌩하고 불면 구름은 우성산 북쪽으로 올라가고 남쪽에는 햇빛이 쨍하고 비친다
그러하기를 몇 차례 반복한다.
공부하기를 싫어하는 아이들이 책을 폈다 덮었다 하는 모양새다
오늘 낮에는 첫눈은 안올 것 같고 밤에 올것 같은 생각도 든다.
가로등 사이로 하얀 눈이 내리는 영화속 장면을 그려 본다.
갑자기 하늘이 컴컴해지면서 하늘에서 뭔가 하얀 것이 바람에 휘날리면 떨어진다
유심히 쳐다보니 눈이라기 에는
딱딱한 알갱이가 떨어지고 있다.
다시 쳐다보니 눈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고 판단하기가 애매하다
우박하고 눈이 같이 떨어지고 있다
첫눈의 혼란함에 마음 이놈이 정신을 못차리고 우왕좌왕 한다
나는 내 마음이 하는 짓을 멀건히 쳐다본다
혹시나 하면서 기다렸는데 역시나였다
첫눈이 왔다 하기에는 첫눈에 강한 인상을 가지고 있는 나로서는 인정하기가 쉽지 않다
그러나 그건 내 마음의 첫눈이고 실제적으론 첫눈은 온 것이다
정확히 말하자면 올해의 첫눈이 아니고 여름 지나서 내린 첫눈이 맞는 말인 것 같다
올 1월 , 2월에도 눈은 내렸기 때문이다
마당에서 첫눈을 맞으며 삼겹살에 소주를 한잔 하려던 나의 야심 찬 계획을 접고 1층 베란다에 놓인 난로로 갔다
그래도 첫눈이라고 왔는데 그냥 넘어가기가 섭섭해서다
난로 피우면서 무엇을 구울까 생각을 해보았다. 아무래도 아마추어가 굽기에는 삼겹살이 제일 편할것 같다
체육관으로 운동간 아내한테 톡을 보냈다
"집에 삼겹살 있어?"
"응 냉장고에 있어!"
"몇 시쯤 끝나고 올 거야?"
"6시 전에!"
휴대폰을 쳐다보니 오후 4시 반이 지나가고 있었다
아직 아내가 올려면 1시간 반이나 남아 있는데 지금부터 고기를 굽기에는 시간이 너무 많이 남아 있다
그렇다고 난로에 간신히 불을 지펴놓은 것을 끄고 기다리기에는 지금까지 들인 노력이 아까워 최고 약하게 불을 꺼지지 않을 정도로 유지하기로 했다
남은 시간에 냉장고와 김치 냉장고를 열어서 삼겹살과 깍두기가 어디에 있는지 확인하고 김장김치 담고 남았던 김치 속을 찾아보았다
삼겹살과 깍두기는 바로 찾았는데 김치 속을 찾지 못했다
김치 속은 아내가 오면 찾기로 미루웠다
밥솥에는 밥이 모락모락 김이 난다
전기 밥통이 없던 시절 저녁 늦게 퇴근 하시던 아버님 드실 진지를 스텐 그릇에 담아 투껑을닫고 안방 아랫목에 이불로 덮어 놓아 식지 않게 간직했던 모습이 떠올랐다
가끔 나와 동생들이 춥다고 아랫목에 다리를 넣다가 아버지 식사를 엎어 버린 일도 종종 있었다
지금은 상상도 가물 거리는 먼 옛날의 이야기 갔지만 추억의 앨범 속에는 영원히 보관되어있다
.
바로 풀려다가 시간이 아직도 많이 남아 있서 미리 퍼 놓으면 밥이 식을까봐 좀 더 있다가 푸기로 하고 솥을 닫았다
밖에는 여전히 진눈깨비가 바람에 흩날리고 있었다
아무래도 오늘은 하얀 솜사탕 같은 눈은 오지 않을 것 같다
휴대용 앰프 에서는 친근한 옛날 라디오 시그널 음악이 밖에 날씨와는 상관없이 포근하고 편안하게 울리고 있다
불멍 때리다 보니 시간이 5시 30분 정도 되었다
아내가 곧 올 것 같아 지금부터 불을 활활 붙이고 삼겹살을 난로에 은박지를 깔고 적쇠에 올려놓고 깍두기와 밥 그리고 수저와 젓가락을 상위에 세팅을 했다
삼겹살 익는 소리와 냄새가 나의 청각과 후각을 어지럽힌다
내가 아내를 위해서 처음 차례 보는 저녁상이라 나 나름대로는 긴장을 했다
개가 짖는 소리에 고개를 들어 마당을 쳐다보니 아내가 자전거를 끌고 집으로 들어오는 것이 보인다
나는 못 본 척하고 삼겹살 굽는 일에 집중을 했다
아내가 베랜다 문을 열면서 들어 온다
"어 ?밥상 차려 놨내!!!!!!!!"
추운데 빨리와서 삼겹살과 저녁 먹어!
난 아무렇지 않은듯 맨날 하는 사람처럼 무미건조 하게 이야기를 했다
내 속마음과는 전혀 다른 연기를 했다
"와 이런날도 있내!!!" 아내의 목소리가 지금 까지 내가 들어 보지 못한 색깔이다
내가 한마디 했다
"나 군에 있을때 소대장 전령이었서 !!!!!"
나는 마누라를 싫어 한다
나는 내연녀가 좋다
고로 나는 내연녀와 산다
내연녀와 내연남을 위하여!!!!
Ps
뜬금없이 군대의 전령출신이라고 한 것은
전령이 야전에서 하는 밥은 맛을 논하는 것이 아니고 최소한의 식사를 제공하는것 이기 때문에
小禮를 大禮로 받아라 하는 무언의 압력을 이야기 한것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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