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부터 봄이는 어린이집 버스를 타고 다니기로 했다.
그동안은 아침저녁으로 나와 할머니가 봄이를 태워다 주고 데려오곤 했는데, 오늘부터는 어린이집 스쿨버스가 집 앞으로 데려가고 데려다 준다.
어른들 입장에선 편하겠지만, 나는 괜스레 마음이 편하지 않다. 그래도 다른 아이들과 함께 다니며 세상을 배우는 것도 좋은 사회 교육이라 생각해, 결국 버스를 타기로 했다.
문득 재작년, 솔이가 어린이집에 다닐 때 일이 떠오른다.
그때 청양초등학교 후문 쪽에서 태권도 학원차들이 아이들을 태우려고 기다리고 있었는데, 솔이가 그 모습을 보더니 “나도 노란 차 타고 싶어.” 했다.
그 말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나는 “조금 더 크면 학원 다닐 때 탈 수 있어.” 라고 대답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솔이는 어린이집 버스를 타고 싶었던 것 같다.
그 후 유치원에 다니면서 드디어 노란 버스를 타게 되었을 때, 솔이는 무척이나 신나했다.
이번엔 봄이 차례다.
사실 봄이가 노란 차를 타는 게 조금 불안했다. 어린이집 선생님 한 분이 어린이 몇 명을 데리고 건널목을 건너는 모습을 보면 마음이 놓이지 않아서다.
그래서 나는 안전을 위해 차를 집 앞이 아닌 길 건너 주차장에 세워두기로 했다.
노란 버스가 도로 옆에 서서 봄이를 태우고 내릴 때 위험하지 않게 하려는 작은 배려다.
가끔 이층 방에서 밖을 내려다보면 차가 보이지 않아 순간 깜짝 놀랄 때가 있다.
이제는 익숙해졌지만, 처음엔 허전하고 낯설었다.
어느 날은 봄이가 버스에서 내리는데 시간이 좀 걸렸다.
선생님이 웃으며 말한다.
“봄이가 정치가 될지도 모르겠어요. 내리면서 친구들한테 일일이 인사를 다 하고 내리거든요.”
그 말을 듣고 나도 한참 웃었다.
어제는 이층에서 책을 보고 있는데, 아래층에서 봄이가 큰 소리로 나를 부르는 게 들렸다.
잠시 뒤 할머니와 딸아이의 웃음소리가 터졌다.
내려가 보니, 딸아이와 아내가 커피를 마시고 있었는데 봄이가 그걸 보고 “할아버지 커피 드세요!” 하고 소리쳤다는 것이다.
봄이 눈에는 엄마와 할머니가 마시는 건 할아버지도 마셔야 하는 것처럼 보였던 모양이다.
우리 손녀들의 또 다른 특징은 ‘절대 어른이 마시는 걸 달라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할아버지가 커피를 마시거나 술을 마실 때면, 늘 잔을 들고 “건배!”를 하면서도 자기 컵의 물이나 주스만 마신다.
한 번도 “그거 나도 마실래”라며 떼쓴 적이 없다.
다른 아이들이 울고 보채는 걸 보면 신기하기까지 하다.
아마 딸아이가 아이들에게 자연스럽게 가르쳐온 덕분일 것이다.
그렇게 봄이는 노란 버스를 타고 세상으로 나아간다.
조금은 불안하지만, 그만큼 자라나고 있다는 뜻이리라.
그 모습이 사랑스럽고 대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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