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신세좀 지고 삽시다.

수멍통 2024. 9. 7. 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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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신세 지는걸 잘 못 견디는 인간이다

그래서 가까운 사람에게도 부탁하는 일이 거의 없었는데

빚지는 마음을 갖느니 차라리 혼자 해결하는 게 마음 편했고

도움을 줄수는 있지만 도움을 구하지는 않는 것을 내심 떳떳하게 여기며 자부심을 느끼기도 했다

그런데 회사에 다닐 때 늦게 까지 외근을 해서 다른 팀 선배 차를 얻어 탄 적이 있었다

그때 다른 동료는 집까지 데려 달라고 조르기도 했지만 나는 미안해 하며 한사코 집 근체에서 내렸다

그때 동료는 내게 "그러면 가까워지기도 힘들어" 하는 말을 했다

폐끼치지 않고 신세 지지 않겠다는 마음이었지만 상대는 나에게 거리감을 느낄 뿐이었다

그러면 대체 나는 왜 그렇게 신세 지는 걸 못 견딜까?

사실 신제 지지 않는다는 떳떳함과 자부심 뒤에는

도움받지 못한 순간에 대한 미움과 혼자 감당해온 시간에 대한 연민 거절에 대한 두려움이 있었을 테다

하지만 이유가 무엇이든 혼자 모든걸 감당하려는 마음은 타인과 닿지 못하게 했고 스스로를 고단하게 했다

드라만(동백꽃필 무렵)에서  동백이가 찬숙에게 아들인 필구를 잠깐 맡아줄 수 있냐고 묻자  찬숙은 이렇게 말했다

" 그 소리를 하는데 뭘 그렇게 애를 쓰고 있냐? 네가 필구를 맡겨야 나도 준기를 맡기질 않겠냐"

사람이 엉기고 치대고 염치없고 그래야 정이 드는 거라고. 맞다 엉기고.치대고. 살아야 정도 들고

부탁도 자꾸 해봐야 쉬워진다

어쩌면 당신도 오랜 시간을 낯선 섬에 표류한 로빈슨 쿠르스 처럼 혼자 버텨왔을지도 모른다

그랬다면 이제 신세 좀 지고 살자

홀로 모든것을 감당할 필요는 없다

당신에게 필요한 사람이 되는 기쁨을 누군가에게 주자

겁먹지 않고 주변에 손을 내밀고

나 역시 상대의 손을 잡아줄 수 있을 때  우리의 삶은 더 풍요로워진다

 

나약해서가 아니라 더 단단해지기 위하여   우리에게 도움받을 용기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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